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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온실가스는 늘어난다

입력
2020.10.23 22:0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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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컴퓨터 화면을 보며 사람들과 교류하는 일이 자연스러워지고 있다. 상당히 낯설던 원격강의가 점차 익숙해졌고, 이제 웬만한 모임은 화상회의로 진행한다. 서로 계속 쳐다보고 있어 한눈팔지 못하고 표정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하는 불편함은 있다. 하지만 교통수단의 이용과 이동시간이 줄어드는 장점도 있다. 한 번은 생태적 삶에 대해 논의하는 모임에 참여했는데, 사회적 거리두기 ‘덕분에’ 그나마 환경오염이라도 줄어들지 않았냐는 얘기가 나왔다. 평소 매연으로 뒤덮이던 하늘이 청명하게 바뀐 지구촌 곳곳의 사진들이 떠올랐다. 디지털화된 세상은 어쩐지 오염의 이미지와 멀 것 같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그러나 잘못된 생각임을 곧 깨달았다. 컴퓨터만 봐도 그렇다. 개인적으로 사용 시간은 물론, 컴퓨터 수도 늘었다. 항상 남들보다 늦게 기본기능만 갖춘 컴퓨터를 최소한으로 사용해 왔는데, 이번에는 큰마음 먹고 고성능의 노트북과 데스크톱을 샀다. 원격강의가 언제 끝날지 모르기에 나름 만반의 준비가 필요했다. 사실 컴퓨터 구매의 증가는 사회 전반에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예를 들어, 지난 8월 국내 노트북과 데스크톱 판매량이 작년 같은 기간 대비 50% 정도 상승했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올해 3분기 컴퓨터 판매량이 지난 10년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단다.

컴퓨터 사용에 필요한 에너지 생산과정에서 당연히 오염물질들이 발생한다. 가정은 물론, 산업계에서 활용되는 컴퓨터까지 포괄하면 그 발생량이 상당할 것이다. 지난 7월 영국의 '네이처 기후변화'에 실린 논문 한 편은 짧으면서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클라우드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 방출이 대폭 늘어날 수 있다는 경고였다.

데이터나 소프트웨어를 인터넷과 연결된 중앙컴퓨터의 사이버 공간인 클라우드에 저장하는 일이 흔해졌다. 논문은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세계적인 컴퓨터 서비스업체의 클라우드 운영규모가 급속히 확산되는 추세를 지적했다. 클라우드를 비롯해 정보통신 서비스를 총괄하는 중앙의 컴퓨터 시설을 가리켜 흔히 데이터센터라 부른다. 급증하는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업체별로 축구장 3,4배 크기의 데이터센터를 계속 짓고 있고, 여기서 소요되는 에너지가 상당하다. 논문에 따르면, 현재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기 사용량은 전체의 1% 정도이지만 2030년에는 그 비율이 15~30%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한다. 기존처럼 화석연료로 전기를 생산한다면 온실가스의 발생량은 급격히 증가할 것이다.

최근 이들 업체가 풍력이나 태양광 등을 이용하는 대규모 발전소를 건설해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겠다고 밝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린에너지’로 온실가스 발생을 억제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바람직한 시도이지만 사용자 입장에서 묘한 느낌이 든다. 그린에너지이니까 안심하고 클라우드를 계속 마음껏 이용해도 괜찮을 것처럼 보여서다.

논문에서는 산업계에서 온실가스 배출의 책임을 당장은 숨길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가령 어떤 정보통신 업체가 디지털 인프라의 상당 부분을 클라우드로 ‘아웃소싱’할 경우, 여기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배출량은 현재 이 업체의 의무적인 보고사항이 아니라고 한다. 코로나19로 급속히 디지털화되고 있는 세상이 환경에는 얼마나 영향을 주고 있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김훈기 홍익대 교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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