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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간 용돈 챙겨준 '은인' 살해한 노숙인... 징역 18년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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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간 용돈 챙겨준 '은인' 살해한 노숙인... 징역 18년 확정

입력
2020.10.23 11:18
수정
2020.10.23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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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청사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대법원 청사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갈 곳 없었던 자신에게 용돈과 잠잘 곳을 제공해 준 ‘은인’이나 마찬가지인 노인에게 앙심을 품고 무참히 살해한 노숙인에게 징역 18년의 중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최모(40)씨에게 징역 18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3일 밝혔다.

부산의 한 건물 옥탑방에 살던 피해자 A(사망ㆍ당시 68세)씨는 시장에서 꽃과 화분을 팔고, 건물 관리 일을 했다. 경제적으로 넉넉한 형편은 아니었지만, 자신보다 더 어렵게 지내는 노숙인들에게 용돈을 주고 거처까지 제공하는 등 호의를 베풀며 살았다.

최씨도 A씨의 도움을 받던 노숙인 중 한 명이었다. 2015년부터 매일 1만원씩 용돈을 받았고, 때로는 A씨의 옥탑방에서 잠을 자기도 했다. 4년이라는 시간이 그렇게 흘렀다.

그러던 어느 날, 최씨는 “건물 관리 일을 나에게 넘기라”며 무리한 요구를 하고 나섰다. A씨가 거절하자 최씨 마음 속에 불만이 싹트기 시작했다. 자신을 무시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9년 9월 최씨는 “네 방 가서 자라”라는 말을 듣고는 A씨를 마구 폭행한 뒤, 목을 졸라 살해했다.

1심은 최씨에 대해 “범행의 내용과 수법 등에 비춰 죄책이 매우 무겁다”면서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2심은 오히려 징역 18년으로 형량을 늘렸다. 1심 형량이 너무 가볍다는 이유에서였다.

2심 재판부는 피해자 A씨와 관련, “자신 역시 넉넉하지 않은 형편이었는데도 평소 주위 상인들이나 노숙인들에게 물심양면으로 호의를 베풀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씨는 그동안 피해자로부터 용돈과 잠자리를 제공받는 등 적지 않은 도움을 받아왔음에도, 석연치 않은 이유를 들어 피해자의 생명을 짓밟는 중대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최씨는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 재판부는 “원심의 양형이 부당하지 않다”면서 형을 그대로 확정했다.

최동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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