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희 CJ대한통운 대표이사(부회장)가 최근 잇따라 불거진 택배기사들의 과로사 문제에 대해 사과한 22일 쿠팡은 참고자료를 배포했다. 택배기사 근무 환경과 관련해 문의가 계속 들어온다며 현재 쿠팡의 운영 체계를 설명한다는 이유였다. 쿠팡은 빠른 배송인 '로켓배송'을 강점으로 급성장한 업체이지만 일반적인 택배사와 고용 시스템이 전혀 다르다. 택배사들은 택배 기사에게 배송 업무를 위탁하는 위탁운영제(지입제)를 기반으로 돌아가는 반면, 쿠팡은 기사들을 직접 고용하는 게 핵심적인 차이다.
쿠팡은 전날 참고자료를 통해 "쿠팡의 배송인력인 쿠친은 쿠팡이 직접 고용한 배송직원으로 지입제 택배기사와 다르다"며 "주 5일 근무, 주 50시간 미만 근무를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연 15일 이상의 연차휴가도 부여된다"고 강조했다. 쿠팡에 따르면 쿠친들은 별도의 근무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근무시간이 관리된다. 시간이 초과되면 근무 시간이 남아 있는 동료에게 넘기고 퇴근하는 구조다.
앞서 CJ대한통운은 과로의 주원인으로 꼽힌 분류작업 업무 강도를 낮추기 위한 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기사들이 일일이 택배상자 운송장을 보며 운반할 택배를 골라내지 않도록 분류작업을 돕는 인력을 현재 1,000명 수준에서 4,000명까지 늘리고, 목적지별로 택배를 자동 분류하는 설비 '휠소터' 구축 확대, 소형 택배 전용 분류장비 추가 도입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택배기사 건강검진 주기를 2년에서 1년으로 바꾸고 검진항목에 뇌심혈관계 항목도 추가하며, 산재보험 100% 가입을 유도하기 위해 집배점과 계약할 때 산재보험 가입 여부를 철저히 조사할 계획이다.
쿠팡의 경우는 배송과 상품 분류 작업이 구분돼 있다. 현재 쿠팡에선 4,400명의 분류 전담 인력이 근무 중이다. 이들을 채용함으로써 쿠팡이 부담하는 인건비는 연간 1,000억원이다. 자동화 설비를 구축하기 위해 지난 2년 동안 투입된 금액은 4,850억원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모든 배송 직원들은 전원 산재보험 등 4대 보험에 가입돼 있다. 반면 택배사 기사는 본인의 노동력과 차량을 제공하면서 배송 업무를 담당하는 이들로 택배사에 고용된 게 아니라 기사 개개인이 자영업자인 셈이다.
업계는 쿠팡과 택배회사를 직접 비교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CJ대한통운, 한진택배,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택배사는 국토교통부가 인가한 택배회사로 운송을 전문으로 하는 물류업체다. 최근 CJ대한통운과 네이버의 지분교환 등을 포함한 사업협력이 논의되는 이유 역시 네이버 쇼핑 서비스에 입점한 업체들의 상품 배송을 CJ대한통운 물류 시스템에 맡기기 위해서다. 쿠팡은 로켓배송을 목표로 직접 매입한 본인의 상품을 배송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체다.
쿠팡 측은 "쿠팡은 배송직원을 직접 채용하고 차량, 차량유지비, 통신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며 "올해 상반기 쿠팡에서 1만2,000명을 신규 채용한 것 역시 안정적인 근로환경을 유지하면서 빠른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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