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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선언'에 드는 위화감

입력
2020.10.23 18:0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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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선 후 북미 회담 재개 시간 걸려
협상 촉진 위해 남북관계 회복은 중요
어렵더라도 인도적 교류 등 성과 내야

편집자주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1일 중국인민군 한국전쟁 참전 70주년을 맞아 평안남도 회창군에 있는 인민군 전사자묘를 참배했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조선중앙TV 사진. 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1일 중국인민군 한국전쟁 참전 70주년을 맞아 평안남도 회창군에 있는 인민군 전사자묘를 참배했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조선중앙TV 사진. 뉴시스

평창동계올림픽 김여정, 김영철 참관으로 시작된 남북미 대화는 2차 북미 정상회담 실패 이후 복원의 계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전쟁 분위기마저 감돌았던 2017년으로 돌아가지 않은 것은 다행스럽지만 안타깝게도 그 사이 북미 소통은 물론이고 남북 협력도 멈춰 섰다. 개성 남북연락사무소 폭파나 최근 서해상 공무원 사살 사건은 북한이 입으로만 화해를 말한다고 느낄 만한 퇴보다.

대화를 가로막는 근본 이유는 비핵화 방식을 둘러싼 북미 간의 견해 차이임에 틀림없다. 게다가 미국은 대선이, 북한 역시 코로나19 대처 등 국내 문제가 꺼야 할 급한 불이 되면서 이해를 조정할 여력이 감소한 것도 사실이다. 미국은 11월 대선을 치르더라도 내년 1월 새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한동안 트럼프 정부 초기 같은 적극적인 대북 정책을 보여 주기 힘들 것이다. 북한 역시 백신 개발 등으로 코로나19 상황이 극적으로 진정되기까지 북미 대화는 물론, 남북 협력에 소극적일 가능성이 있다.

이런 국면이라도 대화의 불씨를 살려내기 위해 거듭 북한에 협력을 제안하고 새삼 종전선언의 의미를 부각시키는 문재인 정부의 노력이 전혀 의미 없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경계해야 할 것은 1년 반 남은 임기에 쫓기듯 정부가 소득 없는 메시지만 발신하다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다.

북핵이 국제사회 안보 이슈가 된 지 30년을 헤아린다. 그 사이 비핵화 회담은 성과를 냈다 물거품 되는 과정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평창올림픽부터 하노이 북미정상회담까지 1년 동안의 순풍에 취할 것도, 이후 남북미 경색에 낙담할 필요도 없는 이유다. 당장 관계 회복이 어려운 조건이라면 지금까지 남북미 대화 과정을 되짚어 보며 향후 관계를 확대 발전시켜 가기 위한 준비를 다지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

한반도 평화는 북미 협상 타결이라는 문턱을 넘지 않고 불가능하다는 것은 냉정한 현실이다. 북한이 체제 위협이라고 믿는 미국에 대항해 핵탄두 등 대량살상무기와 이를 실어 나를 탄도미사일 개발을 완성하면 할수록 이런 구도는 더욱 흔들기 어려워진다.

이는 미국 대선 결과가 어떻게 나오더라도 마찬가지다.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한다면 북미 협상의 연속성이 확보될 수 있다. 하지만 하노이 노딜 이후 거듭 확인되었던 북미 간 이해 차이로 협상이 속도를 낼 것이라 장담하기 어렵다. 정권이 바뀌면 상황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민주당 바이든 정권은 트럼프식 톱다운 해결보다 실무에서 협상을 진행하며 단계적으로 비핵화해 가는 방식을 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단계적 비핵화는 북한도 바라지만 과거 회담을 돌이켜 볼 때 이런 방식의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하기 어렵다. 어떤 경우라도 또다른 창의적 접근이 필요할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당사자이면서 촉진자로서 우리 정부의 역할은 중요하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라도 남북 관계의 개선은 불가결하다. 판문점 선언과 평양 남북정상 공동선언 정신에 기초해 문재인 정부는 기회 있을 때마다 북한에 다양한 형태의 협력을 촉구했지만 아쉽게도 북한은 이에 호응은 커녕 도발로 응답했다. 코로나 확산이라는 불가피한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이해하기 어려운 태도다. 이래서는 아무리 정상끼리 친서를 주고 받고, 열병식 연설에서 "사랑하는 남녘 동포"라는 듣지 못한 표현까지 구사했다 한들 속 빈 강정이 아닐 수 없다.

사정이 어렵지만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충돌하지 않는 남북 협력을 제대로 일궈내지 못한 우리 정부의 책임도 없지 않다. 정상끼리 3차례나 만나고도 보수 정권에서도 가능했던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적 교류가 불가능하다는 현실이 믿기지 않는다. '동방정책'으로 독일 통일의 초석을 놓은 빌리 브란트 총리는 그때까지 견지해 온 하나의 독일 원칙을 폐기하며 "한 걸음도 나아가지 않는 것보다 작은 걸음이라도 내딛는 것이 낫다"고 했다. '종전선언'도 중요하지만 이런 '작은 발걸음'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되돌아 볼 때다.

김범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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