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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검찰 흔드는 행태 경종 울린 박순철 사퇴

입력
2020.10.23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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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 수사와 관련해 사의를 표명한 박순철 서울남부지검장이 22일 오후 서울 양천구 청사 내에서 점심식사를 마친 후 이동하고 있다. 뉴스1

라임 수사와 관련해 사의를 표명한 박순철 서울남부지검장이 22일 오후 서울 양천구 청사 내에서 점심식사를 마친 후 이동하고 있다. 뉴스1

라임자산운용 펀드 사기 사건 수사 책임자인 박순철 서울남부지검장이 22일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렸다”는 일갈과 함께 사의를 표명했다.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이 박탈된 작금의 현실에 대한 항의의 성격도 있지만, 근본적으론 특정 수사를 놓고 정치권이 편 가르기를 하는 행태에 경종을 울린 것으로 봐야 한다.

박 지검장은 이날 검찰 내부통신망에 올린 글에서 “라임 수사에 대한 불신과 의혹이 가중되고 있다”며 “검찰이 이렇게 잘못 비치고 있는 것에 대해 더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사 비리는 자신도 처음 듣는 얘기이며, 야당 정치인 비리 부분은 지난 5월 윤석열 총장에게 정상적으로 보고돼 수사가 상당히 진척되고 있다며 축소 수사 의혹을 일축했다. 물론 이날 국감에서 지적됐듯이 야당 의원에 대한 이전 남부지검장의 윤 총장 직보 문제와 선택적 수사에 대한 의혹은 그 자체로 규명돼야 마땅하다.

그렇다 해도 의정부지검장 시절 윤 총장 장모를 기소해 ‘추미애 사단’으로 알려졌던 그런 그가 사퇴한 것은 정당한 수사마저 제 입맛에 맞춰 재단하는 정치권의 행태가 방관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일 것이다. 윤 총장이 이날 국정감사에서 민주당을 향해 “과거에는 저한테 안 그러지 않았느냐”고 목소리를 높인 것도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내로남불 행태에 대한 문제 제기다. 여권은 검찰에 대한 분노와 증오가 눈을 가려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 가치까지 훼손한 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수사를 정파적으로 해석하고 검찰 내부를 편 가르기 해온 건 비단 여권만은 아니다. 박 지검장 말대로 윤 총장 장모의 잔고증명서 위조 사건을 처리할 때도 처음엔 야당에서, 그 후엔 여당에서 수사 필요성을 주장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이런 식이면 검찰이 앞으로 어떤 수사 결과를 내놓아도 그 공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는 박 지검장의 우려는 타당하다. 검찰 개혁도 중요하지만 정치가 검찰을 흔드는 행태는 국민에게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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