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향한 더불어민주당의 시선이 그다지 곱지 않다. 부동산 정책으로 인한 민심 이반에 김 장관이 충분히 기민하게 대처하지 않는다는 불만이 쌓여서다. 한 당 관계자는 22일 “당 지도부에도 고개를 절레절레 하는 사람이 있다”고 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최근 당내 부동산 대책 기구를 띄운 것이 이런 기류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도 있다.
민주당 출신 정부 관계자는 “2017년 6월 취임한 김 장관이 장관직에 오래 있다 보니 현장 민심보다 국토부 관료의 말을 더 신뢰하는 것 같다”며 “민심이 출렁일 때마다 김 장관은 ‘아직 괜찮다’ ‘지켜봐야 한다’는 식으로 대응을 미루거나 단기 대책만 내놓는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지도부의 한 인사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도 김 장관을 적극 감싸는 분위기는 아니다"고 전했다.
‘부동산 정책 콘트롤타워’로서 김 장관의 성적은 '상위권'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 초대 국토부 장관으로서 23차례나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지만, 집값을 잡지 못했다. 지난 8월 ‘임대차3법’ 시행 이후 집값 상승세가 다소 꺾였으나, 이번에는 전셋값이 뛰어 올랐다. 이달 19일 리얼미터 여론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32.2%)이 4ㆍ15 총선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이유를 전세난에 돌리는 목소리도 있다.
부동산 정책은 그야말로 초고난이도다. '하나님이 나서도 집값은 어쩔 수 없을 것'이란 우스개가 있을 정도다. 민주당 불만의 핵심은 김 장관이 3선 의원을 지낸 정치인 출신인데도 ‘민심보다 느리다’는 것이다. 21일 국회에서 열린 경제상황점검회의 비공개 회의에서도 김 장관은 최근 전세난에 대해 “시장 상황을 더 지켜보자. 미리 내놓은 정책의 효과를 기다려 보자”고 말했다고 한다. 반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추가 전세 대책’의 필요성을 시사했다고 한다.
의원 시절 정무 감각이 남달랐던 김 장관은 장관 취임 이후 수 차례 실언으로 구설을 탔다. 지난달 국회에서 30대의 부동산 패닉바잉에 대해 “영끌 매수(영혼까지 대출을 끌어 모아 집을 산다는 뜻)가 안타깝다”고 한 것은 집 없는 민심에 불을 질렀다. 이달 16일 국회에서 “전세난에 송구하다”고 했다가, 사흘 뒤 국토부를 통해 “전세난 원인은 코로나19와 저금리 때문”이라는 해명자료를 내기도 했다. 이에 "김 장관이 국토부 관료들에게 휘둘려서 실기하는 게 아니냐"(민주당 재선 의원)는 우려도 나왔다.
김 장관은 야당뿐 아니라 경제정의실천엽합(경실련), 참여연대 등 진보성향 시민단체의 표적이 됐다. 경실련은 지난달 성명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무능한 김 장관과 국민을 속이려 드는 국토부 관료들을 전면 교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민주당에서도 김 장관 교체론이 오래 전부터 오르내렸다. 그럼에도 김 장관 거취 문제가 수면 아래서만 끓는 건 문재인 대통령의 신임이 워낙 탄탄하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월 집값 폭등으로 김 장관 경질 요구가 빗발쳤을 때도 김 장관을 청와대로 불러 힘을 실어주는 제스처를 취했다. 국토교통위 민주당 한 의원은 “김 장관이 차기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거론되는 등 문 대통령의 신뢰가 여전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한 여권 인사는 "부동산 정책의 실질적 콘트롤타워는 청와대인 만큼, 김 장관을 경질하면 청와대의 정책 실패를 시인하는 모순이 생긴다"고 했다. 김 장관은 지난달 20일을 기점으로 역대 ‘최장수 국토부장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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