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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444개의 원전 파일…"직원 임의로 삭제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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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444개의 원전 파일…"직원 임의로 삭제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입력
2020.10.22 16:13
수정
2020.10.22 18:06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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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국감서 직원들의 감사 자료 삭제 행위 질타

성윤모(오른쪽)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산업통상자원부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성윤모(오른쪽)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산업통상자원부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국장과 부하직원이 자의로 444개의 파일을 삭제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산업통상자원부 모든 식구들이 장관님의 입을 주목하고 있습니다."(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안타깝게 생각합니다."(성윤모 산업부 장관)

"정확히 말씀해주세요. 정말 상부와 아무 교감 없이 파일을 삭제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조 의원)

"저희도 감사 결과를 보고 알았습니다. 정부가 어떻게 그런 일을 조직적으로 시킬 수 있겠습니까?"(성 장관)

예상대로 초반부터 민감하게 충돌했다. 한쪽에선 납득하기 어려운 부정행위에 대한 질책을 쏟아냈고 다른 쪽에선 해명으로 진땀을 뺐다. 22일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산업부 국정감사장 분위기는 그랬다. "2명의 산업부 직원이 월성 원전 1호기와 관련된 감사 자료를 삭제했다"는 감사원 발표에 대한 사실 관계 확인 과정에서 빚어진 모습이다. 조 의원은 산업부의 계획적인 의도 여부를 따졌고 성 장관은 부처 차원의 개입 의혹에 대해선 강하게 부인했다.

공세를 이어간 조 의원은 "부처 국장이 의도적으로 444개의 파일 삭제한다? 우리 공직 문화가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장관이 삭제하는 걸 몰랐다고 하면 끝인가?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 담당자 징계만 하고 그 징계를 줄여주겠다는 식의 접근은 존경을 받을 수 없다"고 쓴소리를 거침없이 토해냈다.

그는 또 "장관은 계속 사과와 유감 사이를 왔다 갔다 하고 있다. 후배 공무원들이 이제는 '내 몸은 내가 간수해야겠다' '조직을 위해 일해도 누가 책임져주지 않는구나' 하는 그런 문화가 퍼질 것 같다"며 "말로만 적극행정이라고 하면 뭐하나. 공직자로서 책임감 있는 자세를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성 장관은 "개인으로도 조직으로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발생해 안타깝다는 말씀드린다"면서도 "이런 상황 발생에 따른 책임이 필요하다면 기관장으로서 회피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 간부 A씨는 감사원이 감사를 시작하자 직원 B씨 등에게 월성 1호기 관련 자료를 삭제하라고 지시했다. B씨는 공휴일인 일요일 심야에 사무실로 들어가 관련 자료 폴더 122개를 삭제했다. 감사원은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122개의 폴더를 복구했지만 그곳에 담겨 있던 문건 444개 중 120개는 복구되지 않았다. 감사원은 두 명의 직원에 대해 산업부에 징계를 요구했다.

산업부는 감사 결과 직후 "피조사자가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본인 컴퓨터에서 자료를 삭제한 것에 대해 유감"이라는 공식 입장을 냈다. 윗선의 지시는 없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에 대해 감사 결과가 미칠 파장을 염려, '꼬리자르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비판은 꼬리를 물고 있다.

윤태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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