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조문은 차단하고 가족만 빈소에
학교·지역 사회 "안타깝다" 추모 행렬
"코로나 때문에 면회가 안 되니까 영상 통화로만 손자 얼굴을 봤죠. 상태가 좋아졌다고 했는데 이렇게 갑자기…"
형과 함께 보호자 없는 집에서 라면을 끓이다 화재가 나 끝내 사망한 A(8)군의 외할아버지 B씨는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22일 인천 연수구의 한 장례식장에 설치된 A군의 빈소에는 무거운 적막감만 감돌았다. 유가족은 A군의 삼촌과 어머니 등 소수만 빈소에 머물렀고, 빈소 입구에 셔터를 내리고 외부 조문을 받지 않았다. "하늘나라에서는 아프지 말길"이라고 적힌 근조 화환도 오후에 치워졌다.
외조부 B씨는 "가족 5명 정도만 함께 있고 친척들에게도 연락하지 않았다"며 "이번 일이 너무 큰 이슈가 돼 딸(A군의 어머니)이 지금 당장 정신과에 입원해야 할 정도로 많이 힘들어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큰 아이(A군의 형)가 동생을 그토록 아꼈다는데 나중에 알면 힘들어 할 것 같아 마음이 안 좋다"며 "형이 충격을 받을 걱정에 다른 핑계를 대고 간병인에게 맡긴 뒤 장례식장에 왔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외부 조문을 거절했지만, 닫힌 빈소 철문 밖에서는 안타까운 죽음을 맞은 A군의 명복을 비는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A군 친구들은 "친구야 사랑해" 등을 손글씨로 적은 메모와 화환을 빈소에 보냈고, A군이 다녔던 인천 미추홀구의 한 초등학교 안전펜스에는 친구들의 추모 메시지가 길게 걸렸다. 학생들은 흰색ㆍ분홍색ㆍ보라색 띠에 '하늘에선 건강하게 지내라' '하늘에 가서 잘 살아' '천국 가서 행복해라' 등의 메시지를 적었다.
시민들의 추모도 이어졌다. 이날 지역 맘카페 등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우리 아들 또래인데 너무 슬프다' '하늘나라에서는 맛있는 것 많이 먹길 바란다' 등의 게시글이 쏟아졌다. 형제를 돕겠다며 사단법인 학산나눔재단에 후원금을 기탁한 시민들도 지난 20일까지 1,087명(후원금 2억2,700만원)에 달한다. 이날 조문을 온 시교육청 관계자는 "취약계층 아동에 대한 상담지원 등 사각지대 발굴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했음에도 놓친 부분이 생겨 안타깝다"며 "보다 촘촘히 보살핌이 필요한 곳을 돌보겠다"고 말했다.
A군의 목숨을 앗아간 화재는 지난달 14일 인천 미추홀구의 한 빌라에서 발생했다. 이 화재로 10살 형과 A군이 중상을 입었다. A군은 서울의 화상 치료 전문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추석 연휴 기간에 의식을 되찾아 일반 병실로 옮겨졌지만, 21일 갑자기 호흡 곤란 증세가 와 중환자실로 이송된 뒤 숨졌다. 다행히 A군의 형은 비교적 건강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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