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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 "피격 공무원, 지인 꽃게대금까지 도박에서 탕진 후 월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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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 "피격 공무원, 지인 꽃게대금까지 도박에서 탕진 후 월북"

입력
2020.10.22 15:26
수정
2020.10.22 17:52
0 0

455일간 591회 도박계좌에 송금 파악
"절박한 경제적 상황서 현실 도피 목적 월북"

윤성현 해양경찰청 수사정보국장(가운데)이 22일 오후 인천 연수구 해양경찰청에서 북측에 피격돼 숨진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과 관련해 추가 수사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성현 해양경찰청 수사정보국장(가운데)이 22일 오후 인천 연수구 해양경찰청에서 북측에 피격돼 숨진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과 관련해 추가 수사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측에 피격돼 숨진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A(47)씨의 실종 전 행적을 수사 중인 해양경찰이 "절박한 경제적 상황에서 현실 도피 목적으로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결론 내렸다. 지난달 29일 내놓은 중간 수사 결과와 같은 판단인데, 갖은 의혹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윤성현 해양경찰청 수사정보국장은 22일 오후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청사 2층 대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실종자(A씨)는 정신적 공황 상태에서 현실 도피의 목적으로 월북한 것"이라고 밝혔다.

윤 국장은 "A씨가 탔던 선박 CC(폐쇄회로)TV 자료나 실종자의 휴대폰 등 결정적인 단서나 목격자가 없고, 북한해역에서 실종자가 발견돼 실종과 관련된 사실 관계를 밝히는 데 현실적인 한계가 있었다"면서도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해경은 이날 이 같은 판단의 근거로 △막대한 도박 채무 △A씨가 북한해역에서 발견될 당시 착용했던 붉은색 계열 구명조끼가 어업지도선 무궁화10호 침실에서 발견되지 않은 점 △실족과 극단적 선택 가능성이 낮아 보이는 점 등을 제시했다.

서해 북단 소연평도 앞 해상에서 실종됐다가 북측에 피격돼 숨진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의 형 이래진(가운데 오른쪽)씨와 하태경(왼쪽) 국민의힘 의원 등이 실종 한 달을 맞아 21일 연평도 해상에 정박한 어업지도선 무궁화15호에서 선상 위령제를 치르고 있다. 뉴시스

서해 북단 소연평도 앞 해상에서 실종됐다가 북측에 피격돼 숨진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의 형 이래진(가운데 오른쪽)씨와 하태경(왼쪽) 국민의힘 의원 등이 실종 한 달을 맞아 21일 연평도 해상에 정박한 어업지도선 무궁화15호에서 선상 위령제를 치르고 있다. 뉴시스

해경은 A씨 계좌 추적을 통해 작년 6월부터 실종되기 전까지 15개월간 급여와 금융기관, 지인으로부터 빌린 돈으로 A씨가 수억원대 인터넷 도박을 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해경은 A씨가 실종 전 어업지도선 동료와 지인 등 30여명으로부터 "꽃게를 사주겠다"며 730여만원을 입금 받은 뒤 도박을 한 사실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A씨의 채무는 도박 빚(원금 약 1억3,000만원)을 포함해 3억9,000여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경 관계자는 "도박계좌에 송금한 돈은 총 7억4,000만원이고 6억1,000만원 정도를 따서 도박 빚 원금이 1억3,000만원"이라며 "다만 이 돈이 불어나고 다른 채무까지 더해지면서 총 채무가 3억9,000만원인 것으로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중간 수사 결과 발표 밝힌 금액(3억3,000여만원)보다 많고, 내용도 구체화됐다.

해경 관계자는 "A씨는 실종 전날인 지난달 20일 오후 10시 28분까지 도박 계좌에 돈을 보내는 등 최근 455일간 591회 도박자금을 송금할 정도로 도박에 몰입돼 있었다"며 "각종 채무 등으로 개인회생 신청, 급여 압류 등 절박한 경제적 상황에서 꽃게 대금까지 도박으로 탕진해 물러설 곳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기에 도박 빚이 있다고 해서 월북을 선택하느냐는 의문이 있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윤 국장은 "'도박은 마약보다 무섭다', '도박자의 비상식적이고 우발적인 생각을 상식적인 기준으로 봐서는 곤란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해경은 A씨가 북한 해역에서 발견될 당시 붉은색 계열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고, A씨의 선박 침실에 보관돼 있던 AㆍBㆍC형의 구명조끼 중 붉은색인 B형이 발견되지 않은 사실로 미뤄볼 때 A씨가 B형의 구명조끼를 착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다만 "무궁화10호의 구명조끼가 정확하게 관리되지 않아 특정할 수는 없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해경은 또 A씨가 실족이나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가능성도 매우 낮은 것으로 판단했다. 실종 당시 무궁화10호가 정박한 상태에서 파고가 0.1m 정도로 기상이 양호했고 선박 양측에 유사 시 쓸 수 있는 줄사다리가 있었던 점, A씨가 북측에서 발견될 당시 부유물에 의지한 채 구명조끼를 착용했던 정황 등이 감안됐다.

해경은 A씨가 지난달 21일 오전 2시를 전후해 바다에 뛰어 든 것으로 분석했다. 해경 관계자는 "서무실에서 컴퓨터에 접속한 시간이 오전 1시 37분쯤이고, 소연평도 기지국과 A씨의 휴대폰 최종 연결시간이 오전 1시 51분"이라고 말했다.

A씨는 지난달 20일 오후 11시 40분쯤 동료 1명과 함께 3층 조타실에서 야간당직에 임했고, 다음날 오전 1시 35분쯤 1층 서무실에서 컴퓨터 작업을 할 게 있다고 조타실을 나왔다. 해경 관계자는 "동료들 진술에 의하면 평소 장시간 자리를 비운 적이 없었던 것과 다른 매우 이례적인 행동이었다"며 "A씨는 조타실에서 나와 컴퓨터에 접속해 특정 파일만 삭제한 뒤 선미 갑판으로 이동해 선박에서 이탈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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