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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팸 메일'의 위력... 2900억 기부금 끌어모은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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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팸 메일'의 위력... 2900억 기부금 끌어모은 트럼프

입력
2020.10.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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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모금액 절반 이상 스팸메일로 획득
한 달간 14.2개 발송... "정치 마케팅 주축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 대선 경합주 가운데 한 곳인 노스캐롤라이나의 개스토니아에서 연설하고 있다. 개스토니아=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 대선 경합주 가운데 한 곳인 노스캐롤라이나의 개스토니아에서 연설하고 있다. 개스토니아=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 대선에서 무려 2억5,200만달러(약 2,900억원)의 기부금을 ‘스팸 메일’을 통해 끌어 모은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 모금액의 절반이 넘는다. 불특정 다수에게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광고성 메일이 엄청난 위력을 발휘한 셈인데, ‘이메일 전략’이 정치 마케팅의 주축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금 조달은 물론, 홍보 단어 하나라도 퍼뜨리며 비용 대비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선거 운동으로 탈바꿈했다는 것이다.

호주 공영 ABC방송은 21일(현지시간) 미 대선 후보들이 온라인으로 무작위 발송하는 스팸 메일이 “빼어난 전술과 막대한 시간 및 돈이 투입되는 선거 운동의 하나”라고 보도했다. 특히 올해 대선에선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현재까지 37억달러, 앞으로 남은 기간을 감안하면 50억달러(5조7,000억원) 이상을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가운데 스팸 메일을 제작ㆍ발송하는 데에도 적지 않은 금액이 투입되고 있다고 방송은 전했다. 올해 대선은 ‘쩐의 전쟁’으로 불릴 만큼 미 정치 역사상 가장 많은 돈이 풀렸다.

스팸 메일이 선거 운동의 핵심으로 등장한 건 어머어마한 자금력 때문이다. 미 정치 자금 분석업체 CRP에 따르면 트럼프 캠프가 지금까지 모은 기부금 중 스팸 메일을 통한 금액이 2억5,200만달러로 전체 기부금의 53%를 자치했다. 최근 한 달 동안 유권자들에게 하루 평균 14.2개의 이메일을 부지런히 보낸 덕분이다. 바이든 캠프도 트럼프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적지 않은 자금(2억400만달러ㆍ38%)을 스팸 메일로 모았다. 스팸 메일은 200달러 이하의 소액 기부자들을 위해 발송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온라인 홍보 전단쯤으로 치부되던 광고 메일이 정치 자금 확보의 첨병이 된 것이다.

교묘한 모금 전략도 주효했다. 스팸 메일의 주제는 다양하지만, 결국 돈을 낼 수밖에 없도록 유권자들을 현혹한다. 트럼프 캠프의 메일은 우선 ‘사라’라는 이름의 여성에게 기부하는 내용이 담겨 친근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또 ‘기부하다(donate)’ 대신 ‘기여하다(contribute)’라는 단어를 주로 사용했고, ‘즉시 조치’ ‘오늘 등록’ 등 시간 제한을 한껏 부각해 “(이행하지 않으면) 죄책감을 불러오도록 유도했다”고 ABC는 진단했다.

어떻게든 읽히게 하려는 각고의 노력도 추가됐다. 미 프린스턴대 정보기술정책센터 연구진은 트럼프 캠프를 포함해 10만개의 정치 스팸 메일을 분석한 결과, 기부로 이어지기까지 6가지 전략이 공통적으로 숨어 있다고 전했다. △선정주의자 및 미끼 제목 활용 △호기심을 유발하도록 설계된 정보 오류 용어 사용 △금전적 손실을 암시하는 긴급 표현 △발신자 이름 표시해 메일 열도록 권장 △메일 일부 내용을 보이게 하는 속임수 △’Re:’ ‘Fwd:’ 제목에 삽입해 메일이 회신 또는 전달된 것처럼 보이게 하는 방식 등이다. 연구진은 “트럼프 캠프 메일의 70%가 6개 전술 중 최소 하나 이상을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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