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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맏이’와 ‘마디’는 왜 달리 발음할까?

입력
2020.10.23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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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맏이’, ‘밭이’는 [마지], [바치]라고 발음하는데 ‘마디’, ‘느티’는 왜 [마지], [느치]라고 발음하지 않을까?

‘ㅣ’ 모음 앞의 ‘ㄷ, ㅌ’ 소리는 ‘ㅣ’의 조음 위치(경구개 근처)에 동화되어 경구개음(센입천장소리) ‘ㅈ, ㅊ’ 소리로 바뀌는데, 이런 음운 현상을 구개음화라고 부른다. 구개음화도 발음을 편하게 하려는 동기에서 일어난다.

구개음화는 ‘형태소(의미를 지닌 가장 작은 언어 단위) 내부의 구개음화’와 ‘형태소 경계의 구개음화’로 분류된다. 근대국어 시기(17~19세기)에는 형태소 내부의 구개음화(예: 디다>지다)가 적용되었지만 현대국어 시기에는 형태소 경계의 구개음화(예: 맏+이[마지])가 적용된다.

현대국어에서 ‘마디, 느티, 어디’ 등은 형태소 내부에 ‘ㅣ’ 모음을 지닌 단어들이지만 근대국어 시기에는 이 단어들의 제2음절 모음이 이중모음 ‘ㅢ’나 ‘ㆎ’여서 구개음화의 적용을 받지 않았다. 현대국어 시기에 ‘마듸, 느틔’가 ‘ㅢ>ㅣ’로 단모음화하여 ‘마디, 느티’로 되었지만, ‘형태소 내부의 구개음화’는 근대국어 시기에 한시적으로 활성화되었던 현상이었기 때문에, 현대국어에선 더 이상 활성화되지 않았다. 그래서 ‘마디’는 [마지]가 아닌 [마디]로 발음한다.

한편, 현대국어에서 구개음화는 형태소 경계 환경 중에서 ‘어휘 형태소+문법 형태소(접미사/조사)’인 경우(예: 맏이[마지], 밭이[바치])에는 활발히 적용되지만, ‘어휘 형태소+어휘 형태소’인 경우(예: 밭일[반닐], 바깥일[바깐닐])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도 함께 주목할 만하다.

김문오 국립국어원 어문연구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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