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무기한 연기됐던 정부의 8대 업종 소비쿠폰 지급이 22일 일부 재개됐다. 섣부른 소비쿠폰 지급으로 코로나19 확산을 부추긴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으며 실효성·공정성 논란에 직면했던 정책이었지만 별다른 보완사항 없이 다시 시행된 것이다.
이번 쿠폰 재발행 대상 업종은 공연·전시·영화·체육 4개 분야로, 외식·관광·숙박 3개 분야는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높다는 이유로 제외됐다. 농수산물은 그간 계속해서 쿠폰을 지급해왔다. 결국 문화와 체육 분야에 한해 쿠폰이 재발행되는 셈인데 정작 현장에서는 쿠폰의 소비 증진 효과에 대해 회의적인 목소리가 크다. 문화·체육계는 고정 소비층이 존재하는 대표적인 업종으로 새로운 소비자가 유입되기보다는 기존 소비층의 지출을 줄이는 결과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대다수 전시·박물관은 코로나19 이후 1일 관람 인원에 제한을 둔 사전예약제로 운영되거나 휴관 중인 상태로 애초에 늘릴 수 있는 관람객 수에 한계가 있다. 인기 전시는 1일 관람객 한계 이상으로 소비자를 늘릴 수 없고, 비인기 전시는 관람료와 무관하게 사람들이 찾지 않기에 효과가 미비할 것이라는 것이다. 실제 이날 열린 인기 전시회 관계자는 “쿠폰 재개 발표 후 온라인 예매가 평소보다 30% 감소했다”며 “내일(23일) 전시 예약부터 쿠폰 사용이 가능하다 보니 기존에 예약하려던 사람들이 관람 예정일을 미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용법이 간단했던 전 국민 지급 재난지원금과 다르게 발권 방법과 주체 모두 제각각인 점도 문제로 거론된다. 영화 쿠폰은 각 영화관 홈페이지와 앱에서, 전시 쿠폰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운영하는 플랫폼과 주요 티켓 판매처에서, 체육 쿠폰은 카드사에서 발급한다. 이중 체육 분야는 신청자 전원에게 지급하지 않고 추첨으로 당첨자를 가린다.
이마저도 소비쿠폰 재발행 대상에서 제외된 업종 종사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한국여행업협회(KATA)는 20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소비할인쿠폰 재개를 발표하면서 숙박·여행 분야를 뺀 것은 그동안 정부 방역에 적극적으로 협력해 온 10만 여행업 종사자를 절망의 구렁텅이로 내모는 것으로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는 규탄 성명을 냈다.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차원에서 가장 강력한 규제를 받았던 PC방과 노래방은 애초에 8대 업종에 포함되지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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