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노동 개혁을 말할 때인가? 모든 개혁은 사회 구성원들에게 사회적 스트레스를 주고 이해 당사자들로부터는 반발과 저항을 불러온다. 노동 개혁도 그래서 어렵다. 과거 김영삼 정부나 박근혜 정부도 노동 개혁을 추진하다가 노조와 담을 쌓고 끝내 그 후폭풍이 지지 기반을 잃는 결과를 낳았다. 독일의 슈뢰더 사민당 정부도 노조에 인기 없는 노동 개혁을 추진해서 비록 훗날 독일 경제의 회생을 가져왔지만 선거에는 져서 정권을 잃었다.
그러니 감히 노동 개혁을 추진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현실이 되었다. 그런데 최근 최대 야당 지도자가 공정경제 개혁법과 노동 개혁 법안을 같이 다루자는 제안을 하고 새롭게 등장한 진보 정당 대표도 노동 개혁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사회적 논의가 다시 불붙고 있다. 여당 대표는 코로나 경제 위기에서 노동자들을 피곤하게 만들 우려가 있다고 하고 청와대는 보다 구체적으로 노동 개혁 이슈들을 정해주면 대화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노동 개혁이 정부와 여당이 그냥 방어만 할 사안은 아니다.
물론 과거 경제 성장 시절의 관성으로 해고를 쉽게 해달라는 주문을 경영계 일부에서 주장하지만 그것이 노동 개혁의 이슈가 되기는 힘들다. 많은 실업자가 나오고 취업은 어려운 경제 위기 현실에서 고용 유연화는 실익도 없고 분란만 낳을 개혁 이슈이기 때문이다. 노동시장 격차 해소가 가장 중요한 노동 개혁 목표가 되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도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와 양극화를 타파해야 한다는 기치를 천명해 왔고 현재의 경제 위기에서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는 노동자들도 대기업과 공공부문 노동자가 아니라 중소기업, 비정규직 노동자들이기 때문이다. 즉 위기는 기존의 잘못된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폐해를 더 악화시키고 있기에 이 문제를 유보해 둘 이유가 되지 않는다.
광범위한 취약 노동자층이 시장경제의 주축으로서 공정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동일가치 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에 입각한 임금체계 개편이 필요하다. 같은 업종 내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아울러 근속이 기준이 되는 대기업과 공공부문 임금 결정 방식은 고령화된 인력 구조로 인해 더는 청년고용을 확대하기 어려운 걸림돌이 되고 있다.
물론 치솟는 집값과 자산 격차로 인해 아무리 좋은 일자리라 하더라도 임금을 양보할 만한 여유가 없는 것도 현실이다. 그러나 결국 거품이 낀 자산 경쟁의 이후를 대비하려면 역량을 개발하고 직무에 능통한 노동자들로 거듭나는 길 외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누구나 역량과 직무 가치에 따라 공정하게 보상받는 시장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야당 지도자가 산별노조로 가야 한다는 입장을 먼저 내놓은 것은 그래서 중요한 대화의 촉진제가 될 수 있다. 시장에서 모든 노동자들에게 공정한 임금이란 결국 산별노조가 이끌어야 한다. 노조를 회피하려는 시장보수의 입장이 아니라 노조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하는 제안으로 보여서 진일보했다고 평가하고 싶다.
다양한 노동 개혁 이슈가 있지만 개혁의 본질에 충실한 당면 과제는 임금체계 개혁과 산별노조 육성 그리고 이 둘을 결합한 산업별 공정임금체계이다. 이에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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