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의 전쟁이 두렵고 막막한 건, 코로나19를 지구상에서 몰아내도 또 다른 바이러스가 공격해올 거란 사실 때문이다. 그래서 책은 바이러스와의 ‘공생’을 역설하는지 모르겠다. 코로나19로 숱한 목숨이 안타깝게 사라지는 이 와중에 “바이러스를 무조건 박멸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 불편하게 다가오지만, 일본에서 손꼽히는 감염병 전문가인 저자는 인간과 바이러스와의 동행 사례를 열거하며 설득에 나선다.
홍역과 결핵의 발병률이 과거보다 떨어지는 건 왜일까. 인간이 병에 적응하듯, 병도 인간에 적응하기 때문이다. 바이러스는 존속하기 위해서라도 숙주인 인간의 생명과 건강을 파괴하지 않으려 한다.
바이러스가 또 다른 바이러스를 물리친 사례도 있다. 아프리카 서부에서 유독 기승을 부린 열대열 말라리아의 치사율은 높지 않았다. 이 지역 많은 주민들이 '낫 모양 적혈구 빈혈증'을 앓고 있었는데, 제 기능을 못하는 적혈구 덕분에 말라리아 병원균의 증식이 억제됐기 때문이다.
저자는 감염병이 근절되면 과거 감염병에 대항해 만든 면역체계와 유전자도 함께 도태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물론 공생까지 도달하는 데는 희생의 비용이 따른다. 하지만 바이러스와 공생하는 길을 찾지 않으면 더 큰 희생을 치를 수 밖에 없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