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지수(27)는 지난 15일 막 내린 MBC 드라마 '내가 가장 예뻤을 때'가 거둔 가장 큰 수확이다. 데뷔 이후 줄곧 '청춘의 표정'을 연기해온 그가 정통 멜로 주인공 감으로 재발견된 것이다.
20일 서울 압구정동 한 카페에서 만난 지수는 "서정적이고, 세밀한 감정을 교류하는 정극이 요즘 드문데 그래서 이 드라마가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한 여자를 사랑하는 형제의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에서 그는 동생 서환을 맡았다.
형 진(하석진)과 결혼한 첫사랑 오예지(임수향)의 곁을 맴돌지만 감정을 억눌러야 하는 순애보적 인물이다. "진이 태양이라면 환은 달이죠. 환은 남부터 생각하는 배려의 아이콘, 이타적인 사람이죠. 반대로 진은 뜨겁고 솔직해요."
정극 멜로 연기는 그에게도 큰 도전이었다. 지수는 "어려서 할 수 있는 게 없었던 크고 작은 경험은 누구나 살면서 한 번씩은 비슷하게 겪어보는 것이라 환에게 마음이 많이 갔다"며 "환의 섬세한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특히 상대방 대사를 잘 들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2015년 MBC '앵그리맘'에서 쎈 척 하는 일진 고등학생 '고복동'으로 데뷔한 그는 이번 작품으로 연기 폭을 크게 넓혔다. 문어체에 가까운 대사 연기도 자연스럽게 소화해냈다는 평이다. 지수는 "현대 말투로 해도 어려운 게 연기인데 문어체를 말답게 표현하는 게 쉽지 않았다"며 "수향 누나, 석진 형은 너무 잘해서 많이 배웠다. 이 작품에서 겪었으니 다음엔 훨씬 수월할 수 있겠다 싶다"고 했다. "뭐든 경험해볼수록 익숙해지고 숙련되듯 이 작품도 어려운 작품이라 그만큼 경험치를 쌓은 느낌이에요."
이 작품은 자칫 자극적으로 흐를 수 있는 소재를 다루지만 섬세한 연기와 연출로 막장으로 치닫지 않는다. "감독님이 리허설을 많이 하시는 편이에요. (한 장면을 찍는데) 10번이고 하죠. 마지막회 환과 예지의 손가락이 맞닿는 장면에서는 손가락 움직임 하나하나까지 디테일하게 디렉팅을 주셨죠."
드라마는 세 사람 모두 서로에 대한 마음을 간직한 채 각자 살아가는 것으로 끝이 난다. 지수는 "어떤 결말을 내도 모두를 만족시키기 어려운 이야기라서 이 결말에 만족한다"며 "오랫동안 사랑했던 여자에게 마지막에 '사랑한다'는 말을 들은 걸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후 일은 모르는 것 아닌가. 열린 결말을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아직은 본인 연기에 만족할 수 없다는 지수는 욕심 많은 배우다. "어차피 진짜는 아니죠, 연기니까. 진짜는 아니지만 순간 제가 느끼는 감정이 진짜로 나올 때가 있어요. 그런 진짜 연기를 하고 싶어요." 지수는 "조금 더 나이 들고, 성숙한 느낌이 날 때 액션 누아르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제 막 데뷔 5년 차인 지수, 30대가 더 기대되는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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