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택배기사 "극단적 선택한 A씨, 후임 구인 스트레스 많았을 듯"
20일 서울 시내의 한 물류센터에서 직원이 물품을 나르고 있다. 뉴시스
"외벽 없이 바람 그대로 맞아가면서 그렇게 작업을 하고 있어요."
로젠택배에서 근무하던 택배기사 A씨가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해 안타까움이 커지는 가운데, 같은 택배사에서 근무하는 택배 기사가 열악한 근무 환경을 토로했다.
택배기사 염성철씨는 22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회사를 그만두려면 3개월 전에 퇴사 통보를 해야 하고, 후임을 구하지 못해 대리점에 손해를 끼치면 위약금 1,000만원을 내야 한다"며 "이런 내용이 계약서에 명시돼 있다"고 주장했다.
또 "저희 대리점은 실제로 위약금을 받아간 사례는 아직 없는데 동료들 얘기를 들어보면 이런 쪽으로 압박이 들어오는 건 사실"이라며 "몸이 아프거나 실제로 그만두고 싶어도 이런 문제 때문에 쉽게 그만두지 못하는 상황이 되고 있다. 못 그만두게 하는 족쇄 같은 거다"라고 털어놨다.
A씨가 사망 직전까지 배송 차량에 구인 광고를 붙이러 다녔던 것과 관련해서는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구인이 힘들지 않겠냐"며 "혼자서 후임을 구하려고 하다 보니까 구인에 대한 스트레스가 많았던 걸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A씨는 유서에서 "한여름 더위에 하차 작업은 사람을 과로사하게 만드는 것을 알면서도 150만원이면 살 수 있는 중고 이동식 에어컨을 (회사가) 사주지 않았다"고 폭로했는데, 실제 택배 기사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염씨는 "대부분의 분류 작업장이 건물 내부가 아니라 외벽없이 천정만 있는 사실상 야외이다보니 에어컨을 설치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된다"며 "겨울에도 추위를 많이 타는 분들은 개인적으로 히터를 갖고 온다거나 손난로를 쓰는 등 알아서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임자에게 권리금을 주는 관행도 문제 삼았다. 염씨는 "돌아가신 분은 벌이가 잘 되는 줄 알고 권리금까지 내고 왔는데 알고 보니 사정은 달랐던 것 같다"며 "대리점도 알고 있는 일종의 취업사기라고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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