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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화학관 폭발사고 치료비 10억 육박… 4억2,000만원 미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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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화학관 폭발사고 치료비 10억 육박… 4억2,000만원 미납

입력
2020.10.22 07:20
수정
2020.10.22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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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경북대에서 무슨 일이…
중경상 4명 중 1명은 아직도 생사지경
구멍난 대학 연구ㆍ실험실 안전망

경북대학교 본관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경북대학교 본관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해 12월 27일 오후 대구 북구 산격동 경북대 화학관 실험실에서 폭발사고가 났다. 연말을 앞두고 대학원생과 학부생 등 5명이 오래된 시약 등을 버리던 중 알 수 없는 이유로 화학반응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결과는 참혹했다. 5명 중 4명이 크고 작은 화상을 입었다. 2명은 비교적 상처가 가벼웠지만, 나머지 2명은 심각했다. 생사지경을 넘나들 정도였다. 전신 20% 3도화상을 입은 학부생 A씨는 어느 정도 치료가 돼 통원치료를 하고 있다. 하지만 전신 80% 이상 3도화상인 대학원생 B씨는 수차례에 걸친 피부이식수술에다 기관절개 등 살아도 산 게 아닐 정도로 위중하다. 언제 퇴원할 수 있을지, 아니 회복할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렵다. 퇴원하더라도 정상적인 생활은 쉽지 않아 보인다.

10개월 누적 치료비만 9억1,700만원… 4억2,000만원 밀려

학교 실험실에서 일어난 불의의 사고이니 당연히 치료비는 학교나 학교가 가입한 보험(공제)사에서 책임질 줄 알았다. 한데 그게 아니었다. 지난 19일까지 이들 두 명의 누적 치료비(본인부담금)은 무려 9억1,700만원. 이 중 학교와 모금, 보험금(공제) 등으로 5억원가량은 지급했지만 4억 2,000만원이 남아 있다. 개인적인 일도 아니고, 교수의 지시에 따라 학교 안에서 실험실 정리를 하다가 다쳤는데 치료비를 온전히 책임지는 곳이 없게 된 것일까?

대학 측은 사고 직후 이들이 입원한 병원을 찾아 치료비 지급을 약속했다. 병원 측에 지급보증을 한 셈이다.

하지만 치료비가 상상을 초월하면서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게다가 ‘배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몸을 사리기 시작했다.

책임소재 우려 몸 사리는 대학

대학 측은 우선 2019학년도 회계 예비비 5억원을 동원해 치료비 일부를 지급했다. 하지만 치료비가 당초 예상을 크게 웃돌게 되자 머뭇거리기 시작했다.

지난 5월 치료비 지급 중단 사실이 알려지자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전국대학원생 노조와 학부모 등은 거세게 반발했다. 이들은 학교가 치료비를 100% 책임지고, 연구활동에 종사하는 학생은 산재보험을 적용하도록 촉구했다.

지난 19일 국정감사가 열리는 경북대 글로벌플라자 앞에 지난해 화학관 폭발사고로 부상한 학생들의 산재인정을 촉구하는 플래카드가 내걸려 있다. 정광진 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지난 19일 국정감사가 열리는 경북대 글로벌플라자 앞에 지난해 화학관 폭발사고로 부상한 학생들의 산재인정을 촉구하는 플래카드가 내걸려 있다. 정광진 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대학 측은 예비비와 별도로 올해 본예산에 치료비조로 5억7,000만원, 교육시설재난공제 보험금 1억원 등 6억7,000만원을 확보해 두고 있다. 여기에다 교수회와 총학생회 모금액도 2억원가량 된다. 이를 모두 더하면 치료비로 쓸 수 있는 돈은 13억7,000만원에 달한다. 지금까지 치료비와 앞으로도 당분간은 치료비가 충분한 셈이다.

대학 한 관계자는 “사고에 대한 학교 책임이 100%라면 공제 보상을 넘는 액수는 대학이 지급하는 게 맞다”며 “치료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대학 책임 범위를 넘게 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상식적으로는 학교에서 일어난 사고이니 당연히 학교가 치료를 책임져야 하지만, 현행법상 대학의 법률적 책임 범위를 넘은 보상을 하게 될 경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학 측이 우려한대로 교육시설재난공제회는 학교 과실을 50%만 인정했다. 이에 따른 보험금도 그 비율만큼만 지급했다. 대학 측은 이후 치료비 지급규정을 마련하면서 선 지급 후 추후 과실 비율만큼 학생 측에 구상권을 요구할 수도 있다는 조항을 삽입했다.

경북대 한 관계자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천 화재참사에 대해 ‘사람은 비용으로 환산될 수 없는 가치이고, 국가는 이 가치를 수호해야 한다’고 한 것처럼 교육활동 중에 불의의 사고로 고통받는 학생을 대학이 책임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면서도 “하지만 지금까지 사례를 보면 과실비율에 따라 보상이 이뤄지고, 학교의 법적 책임 한도 이상 예산을 지출했을 경우 책임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제도적 개선책 마련을 촉구했다.

총장 2명, 국정감사 불려가고 3개 상임위에서 난타

예상대로 국정감사가 시작되자 경북대 화학관 폭발사고 치료비 문제가 집중 거론됐다. 환경노동위원회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대학인 카이스트 디지스트 등 과학기술원 연구생들은 유사시 산재인정을 받는데 반해 교육부 산하 대학은 이 같은 혜택을 받지 못하는 모순을 지적했다.

지난 19일 경북대에서 열린 국감에선 임기 이틀을 앞둔 김상동 전 경북대총장은 이 문제로 곤욕을 치렀다. 권인숙 의원 등 여당의원은 물론 일부 야당 의원들도 학교측의 미온적인 태도를 질타했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21일부터 임기가 시작된 홍원화 신임 총장은 임기시작 2일만인 22일 국회에서 열리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불려가 치료비 지급 대책을 설명해야 한다.

겉으로만 ‘최고 지성’… 안전시스템은 구멍가게 수준

대학이 최고 지성을 자부하는 기관이지만, 안전에 대해서는 구멍가게 정도밖에 안 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번 사태는 한마디로 학생들이 교내에서 수업이나 연구활동 중에 무슨 사고가 나더라도 이에 대한 보상책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은데 따른 전근대적인 사달이다.

보험에 가입했지만, 보상한도가 제한적이다. 자동차보험으로 치면 책임보험에만 가입하고 종합보험은 안 든 형국이다. 찰과상이나 타박상, 가벼운 골절 정도는 몰라도 이번처럼 거액의 치료비가 드는 중화상을 입을 경우에는 제대로 된 보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대학의 경직된 규정도 문제다. 범죄나 고의가 아니라면, 과실 여부와 무관하게 이런 사고에 대한 치료비는 대학 측이 100% 부담하는 게 상식이라는 지적이 많다.

대구지역 한 변호사는 “역주행하던 자전거가 차량과 충돌, 자전거 대 차량 과실비율이 90대 10 이더라도 이 비율에 관계없이 보험사에선 ‘치료비’ 만큼은 다 대준다”며 “일실수입 등은 어쩔 수 없더라도 치료비만큼은 걱정하지 않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경북대 김상동 전 총장과 홍원화 신임 총장 모두 “학교에서 제자들이 불의의 사고를 당했으니 학교가 당연히 책임져야 하지만 걸리는 게 많다”며 “정부와 국회의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고 피력했다.

정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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