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저에게 얘기하신 겁니까. 아까 남관표 대사가....”
21일 주중대사관 국정감사장. 장하성 대사가 답변 타이밍을 놓쳤다. 야당 의원이 ‘사드 3불(不)’은 “합의도 약속도 아니고 구속력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되묻던 중이었다. 3불은 △사드 추가 배치 △미국 미사일방어(MD) 참여 △한미일 안보동맹 등 3가지를 하지 않겠다고 문재인 정부가 2017년 중국을 향해 밝힌 것이다.
장 대사가 집중력을 잃을 만도 했다. 이날 국감은 화상으로 주일대사관과 동시에 치러졌는데, 사드 3불 관련 질의가 베이징이 아닌 도쿄로 집중됐다. 3년 전 국가안보실 2차장이던 남 대사가 이 사안을 주도한 탓이다. 남 대사가 사드 3불에 대해 "합의된 것이 없고 우리 입장을 설명한 것에 불과하다"고 선을 긋자 분위기가 순간 달아올랐다. 아직까지 한국을 괴롭히는 중국과의 최대 현안임에도 장 대사는 사드를 둘러싼 화면 속 공방을 묵묵히 지켜봐야만 했다.
돌이켜보면 이 같은 ‘사드 패싱’은 자초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장 대사는 지난해 4월 부임 이래 사드에 대한 질문이 나올 때마다 한발 물러섰다. “중국과 새로운 경제협력 모델을 만들고 있다”, “양국 간 입장이 정리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관망하는 ‘유체이탈’ 화법으로 피해갔다.
그런 장 대사를 방탄소년단(BTS)이 껄끄러운 정치 무대로 소환했다. BTS 수상소감을 왜곡해 갈등을 부추기는 일부 중국 여론에 한중 관계가 험악해지면서 사드의 깊은 앙금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BTS 사태를 여야가 한 목소리로 성토하자 장 대사는 작심한 듯 “중국 최고위급을 만나 직접 문제를 제기했다”고 말했다. 사드 문제를 다룰 때는 볼 수 없던 단호하고 신속한 모습이다.
중국 외교부는 국감 다음날 "2017년 사드 3불은 합의"라고 맞받아치며 우리 정부 주장을 부인했다. 경북 성주에서는 사드기지 공사 장비 반입을 놓고 주민과 경찰이 충돌했다. 사드는 현재진행형이다. 법인카드에 진땀빼는 교수가 아닌 중국과 치열하게 맞붙는 대사의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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