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1호기 조기 폐쇄 타당성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왔지만, 친원전과 반원전 진영 간의 정쟁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1년 넘게 감사를 진행했음에도 “계속 가동의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됐다”는 부분적 결과만 내놓은 게 논란을 키웠다. 친원전 측은 이를 근거로 정부의 반원전 정책을 폐기하라고 주장하는 반면, 반원전 측은 원전의 가동 여부는 경제성뿐 아니라 안전성 등을 종합 평가해야 하기 때문에 월성 조기 폐쇄가 잘못된 결정이라 볼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정작 중요한 것은 앞으로다. 감사원도 지적한 것처럼 원전의 계속 가동 평가 기준에 대한 합리적 지침이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다. 현재 국내에 가동 중인 원전 24기 가운데 고리 2~4호기와 한빛 1, 2호기 등 10기가 향후 10년 내 설계 수명이 만료된다. 하지만 계속 가동 평가에 적용할 명시적 규정이 없어서 ‘월성 1호기’ 논란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권에 따른 자의적 판단이 작용할 수밖에 없는 취약한 구조다.
원전 폐쇄 여부를 결정할 객관적인 기준을 정하는 것은 단기간에 이뤄질 사안이 아니다. 경제성, 안전성, 지역 수용성 등 다양한 고려 사항 중 어느 하나도 다수가 동의할 기준을 쉽게 만들기 어렵다. 경제성 평가만 해도 판매단가 이용률 인건비 수선비 등의 변수를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따라 결과에 많은 차이가 나타난다. 이번 감사에서 불합리하다는 지적을 받은 ‘원전 이용률’ 적용 기준이 대표적인 예다. 여기에 계속 가동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원전 사고 가능성이나 폐기물 처리 비용도 평가 요소에 넣어야 한다.
지금처럼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가 일방적으로 결정할 것이 아니라 산업부 등 정책 담당자와 원자력안전위원회 등이 참여하는 새로운 의사 결정 체계도 필요하다. 정부와 국회는 감사원 요구대로 ‘원전 계속 가동 평가기준’ 마련과 법제화 작업에 즉시 착수해야 한다. 정쟁으로 해소될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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