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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일보>
역시 ‘추다르크’답다. 기회를 포착하자 정면 돌파로 국면을 전환했다. 지루하게 야당 공격에 끌려갈 뻔한 아들 군 휴가 특혜 의혹 논란은 자취를 감췄다. 대신 라임ㆍ옵티머스 수사가 정국 이슈로 부상했다. ‘윤석열 검찰’의 여당 ‘짜맞추기 수사’ 프레임으로 검찰 개혁 명분도 다졌다. 윤 총장 가족 사건도 끄집어내 그가 ‘무결점 검사’가 아님을 상기시키며 추가 공격 의지도 내비쳤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16일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옥중 폭로가 있자 즉각 비위 검사 감찰을 지시했다. 다음날 윤 총장이 감찰과 별개로 수사를 지시하자 18일 ‘별도 수사팀’ 거론에 이어 19일 윤 총장을 라임 사건 수사지휘선에서 배제했다. 21일엔 윤 총장을 ‘국민을 기망하고 사과도 않는’ 인물로 몰아세웠다. 그의 발빠른 대응은 먹잇감의 허점과 약점을 집요하게 물고늘어지는 맹수를 떠올리게 한다. 25년 정치 경력의 내공이 이런 걸까.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은 17일 윤 총장 지시가 결정적이었다는 후문이다. 라임 수사팀에 ‘윤석열 키즈’ 검사가 참여해 야당 수사는 뭉개고 여당만 수사한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에서 윤 총장 지시를 접하자 수사지휘를 계속하게 내버려두면 안 된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21일 SNS에 쓴 대로 윤 총장의 ‘중상모략’ 반발도 결심의 촉매제가 됐다. 윤 총장을 검찰 구태ㆍ악습의 정점으로 부각시키고 개인적 흠결도 드러내 자진 사퇴를 시키려는 계산도 했음직하다.
□ ‘추다르크’는 1997년 15대 대선 때 지역감정 타파를 위해 대구 지역에서 ‘잔다르크 유세단’을 이끈데서 유래한 별명이다. 그만큼 소신과 철학이 뚜렷하고 신념대로 행동하는 스타일이다. 지금 추 장관의 소명은 ‘검찰 개혁’이다. ‘검찰 장악’ ‘검찰 독립 훼손’ 비판에 아랑곳없이 감행한 4차례 검찰 간부 인사나 9개월여 재임 중 3차례 수사지휘권 행사 모두 검찰 개혁이 명분이다. 하지만 목적이 선하면 수단은 정당화될 수 있다는 식의 막무가내 태도에 검찰 안팎의 거부감과 저항도 크다. ‘추다르크’식 개혁 추진이 검찰을 환골탈태시킬지, 한때의 개혁풍에 그칠지 두고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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