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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격의 추다르크

입력
2020.10.21 18:00
수정
2020.10.21 18:11
26면
0 0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21일 오후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이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날 오전 서초동 대검 청사로 출근하는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

21일 오후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이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날 오전 서초동 대검 청사로 출근하는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

역시 ‘추다르크’답다. 기회를 포착하자 정면 돌파로 국면을 전환했다. 지루하게 야당 공격에 끌려갈 뻔한 아들 군 휴가 특혜 의혹 논란은 자취를 감췄다. 대신 라임ㆍ옵티머스 수사가 정국 이슈로 부상했다. ‘윤석열 검찰’의 여당 ‘짜맞추기 수사’ 프레임으로 검찰 개혁 명분도 다졌다. 윤 총장 가족 사건도 끄집어내 그가 ‘무결점 검사’가 아님을 상기시키며 추가 공격 의지도 내비쳤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16일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옥중 폭로가 있자 즉각 비위 검사 감찰을 지시했다. 다음날 윤 총장이 감찰과 별개로 수사를 지시하자 18일 ‘별도 수사팀’ 거론에 이어 19일 윤 총장을 라임 사건 수사지휘선에서 배제했다. 21일엔 윤 총장을 ‘국민을 기망하고 사과도 않는’ 인물로 몰아세웠다. 그의 발빠른 대응은 먹잇감의 허점과 약점을 집요하게 물고늘어지는 맹수를 떠올리게 한다. 25년 정치 경력의 내공이 이런 걸까.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은 17일 윤 총장 지시가 결정적이었다는 후문이다. 라임 수사팀에 ‘윤석열 키즈’ 검사가 참여해 야당 수사는 뭉개고 여당만 수사한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에서 윤 총장 지시를 접하자 수사지휘를 계속하게 내버려두면 안 된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21일 SNS에 쓴 대로 윤 총장의 ‘중상모략’ 반발도 결심의 촉매제가 됐다. 윤 총장을 검찰 구태ㆍ악습의 정점으로 부각시키고 개인적 흠결도 드러내 자진 사퇴를 시키려는 계산도 했음직하다.

□ ‘추다르크’는 1997년 15대 대선 때 지역감정 타파를 위해 대구 지역에서 ‘잔다르크 유세단’을 이끈데서 유래한 별명이다. 그만큼 소신과 철학이 뚜렷하고 신념대로 행동하는 스타일이다. 지금 추 장관의 소명은 ‘검찰 개혁’이다. ‘검찰 장악’ ‘검찰 독립 훼손’ 비판에 아랑곳없이 감행한 4차례 검찰 간부 인사나 9개월여 재임 중 3차례 수사지휘권 행사 모두 검찰 개혁이 명분이다. 하지만 목적이 선하면 수단은 정당화될 수 있다는 식의 막무가내 태도에 검찰 안팎의 거부감과 저항도 크다. ‘추다르크’식 개혁 추진이 검찰을 환골탈태시킬지, 한때의 개혁풍에 그칠지 두고볼 일이다.

황상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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