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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 편집·아나테이너· 유튜브 방송...변신하는 北 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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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 편집·아나테이너·유튜브 방송...변신하는 北 매체

입력
2020.10.23 04:3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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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신문 , 김정은 동정 보도 1면에서 밀어내기도?
리일환 선전선동부장 '이미지 정치' 변화 주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달 13일 태풍 피해가 발생한 함경남도 검덕지구 복구 현장을 방문할 당시 리일환(김 위원장 왼쪽 세번째) 선전선동부장이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고 있다. 평양=조선중앙TV 캡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달 13일 태풍 피해가 발생한 함경남도 검덕지구 복구 현장을 방문할 당시 리일환(김 위원장 왼쪽 세번째) 선전선동부장이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고 있다. 평양=조선중앙TV 캡처


#1.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달 18일 태풍 피해 복구를 끝낸 황해북도 금천군 강북리 주민들이 새 집들이에 나선 소식을 1면 첫 기사로 실었다. 최고 존엄인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정은 2면으로 밀려났다. '노동신문 1면=김 위원장 몫' 배치라는 노동신문의 오랜 원칙을 파괴한 파격적 편집이다. 3중고(대북제재ㆍ코로나19ㆍ수해) 극복을 위해 김 위원장이 권위 보다는 인민 생활의 안정을 우선 한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2. 북한 조선중앙TV는 이달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을 중계하면서 진화된 촬영 기법과 편집 기술을 한껏 자랑했다. 카메라를 장착한 드론을 평양 상공에 띄워 대동강 분수와 여명거리, 개선문, 만수대언덕 등의 화려한 야경을 화면에 담았다. 축포 발사와 불꽃놀이, 전투기쇼, 각종 무기의 행진 장면도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ㆍ편집해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했다. 김 위원장 집권 후 발전한 북한의 모습을 인민들에게 각인시켜 자긍심을 고취시키려는 선전 의도가 깔려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0일 노동당 창건일 75주년 열병식 소식을 보도하면서 다량의 사진을 보여주는 잡지 형식의 편집 방식을 선보였다. 평양=노동신문 뉴스1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0일 노동당 창건일 75주년 열병식 소식을 보도하면서 다량의 사진을 보여주는 잡지 형식의 편집 방식을 선보였다. 평양=노동신문 뉴스1



노동신문 파격 편집… 조선중앙TV 엄숙ㆍ고루 탈피중

노동신문과 조선중앙TV 등 북한 관영매체들의 선전선동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노골적이고 고답적인 체제 선전 대신 현대적 기술과 오락적 요소를 도입해 감성적으로 접근하는 모습이 두드러지고 있다.

북한은 체제 수호를 위해 365일 발간하는 당 기관지 노동신문의 편집 방식을 올해부터 대폭 바꿨다. 통상 노동신문 1면은 최고지도자의 동정 보도에만 할애해왔으나 리병철 당 부위원장의 현지 시찰을 1면에 올리는 등 김 위원장 보도가 2면으로 밀려나는 일이 종종 벌어지고 있다. 이달 10일 새벽 열병식 당일엔 '심야 발행'을 하면서 127장의 사진을 게재해 잡지 화보처럼 편집했다. 최근엔 서체 디자인도 변경해 가독성과 집중력을 높이려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조선중앙TV도 엄숙하고 고루한 모습을 탈피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딱딱한 말투로 체제를 선전하던 북한 아나운서들이 관광지를 직접 찾아가 체험하는 등 이른바 '아나테이너(아나운서+엔터테이너)'가 등장한 것이 대표적이다. 북한도 시장화가 진행되면서 주민들이 비공식 경로로 남측 방송 등을 접하면서 관영 매체들도 선전 방식을 바꾸는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 선전 매체의 유튜브 진출도 파격이다. 젊은 여성이나 어린이가 유튜브에 등장해 '먹방'(먹는 방송)을 하거나 일상을 보여주는 '브이로그'(VLOG) 형식의 콘텐츠를 내보내고 있다.

북한 당국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Echo DPRK’에서 활동하는 유튜버 은아. 유튜브 캡처

북한 당국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Echo DPRK’에서 활동하는 유튜버 은아. 유튜브 캡처



북한 선전선동 전략가는 '김정은 최측근' 리일환

이 같은 북한 매체들의 변화는 리일환 선전선동부장(장관급) 겸 당 부위원장이 이끌고 있다는 게 정부 당국의 분석이다. 정부 관계자는 22일 "리 부장이 지난해 연말 부임한 이후 대내ㆍ대외 선전 전략을 투트랙으로 나누고, 이성보다 감성에 호소하는 전술을 강화하는 등 맞춤형 선전선동을 도입했다"고 평가했다. 리 부장은 올해 60세로 북한 지도부 내에선 상대적으로 젊은 편에 속한다. '젊은 지도자'인 김 위원장ㆍ김여정 제1부부장의 지원에 힘입어 독자적 기획력을 발휘하고, 무대 디자인을 담당하는 현송월 선전선동부 부부장(차관급)과 손발을 맞추면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리 부장은 김 위원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올해 1월25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동생 김경희가 설 명절 공연 관람에 나섰을 당시, 리 부장이 부축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리 부장이 김 위원장을 밀착 수행하면서 지근거리에서 꼼꼼히 메모를 하고, 조언을 건네는 모습이 자주 관측되고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리 부장은 김 위원장의 동선 관리를 철저하고 정교하게 하면서 '완성된 지도자상'을 만들어주려고 한다"며 "김정은 체제 이후 북한이 이미지 정치에 상당하게 공을 들이고 있는데, 리 부장이 이를 극대화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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