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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 종식, 지역사회 자립에서 답을 찾다

입력
2020.10.22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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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말라위 ⓒ게티이미지뱅크

아프리카 말라위 ⓒ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로 전 세계 곳곳이 신음하고 있다. 미디어에서는 ‘이례적 감염’ ‘이례적 확산 속도’와 같이 이례적이라는 단어가 숱하게 사용된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아프리카 동부에 위치한 말라위에도 코로나19는 극심한 빈곤이라는 이례적 공포를 안겼다. 유엔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7,100만명이 추가로 빈곤의 상황에 놓일 것이라 예상했다.

2015년 제70차 유엔총회에서 2030년까지 국제 사회가 달성하게 될 총 17개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결의했다. 총 17개의 목표 중에는 ‘모든 곳에서의 모든 형태의 빈곤 종식’도 포함됐다. 그리고 6년이 지난 2020년, 유엔이 107개국을 대상으로 진행한 빈곤 지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세계 인구 중 13억명은 여전히 빈곤 상황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6억4,400만명은 18세 미만의 어린이였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말라위의 빈곤 상황 또한 열악하다. 말라위는 2019년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 411달러로 151개국 중 150위의 최빈국이며, 인구의 70% 이상이 하루 1.9달러 미만으로 살아가고 있다. 농촌의 경우 빈곤이 더욱 심각하다. 코로나19 이후, 그나마 교육을 받던 아이들조차 학교가 아닌 노동 현장으로 내몰리고 있고, 일자리를 잃은 가장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2018년부터 굿네이버스 말라위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함께 말라위 카숭구 지역의 소농가를 위한 소득 증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굿네이버스는 지속 가능한 농법을 교육했고, 비료와 종자를 지원했다. 또한, 곡물 창고 제공을 통해 생산된 옥수수 보관을 용이하게 하고, 협동조합을 조직해 옥수수를 제값에 판매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그 결과 참여 농가의 옥수수 생산량은 405㎏에서 606㎏으로 33%, 소득은 99달러 증가했다.

소득의 증가뿐만 아니라 생활 전반에 나타난 변화의 가능성도 고무적이다. 올해 초 한 마을의 리더로부터 “굿네이버스가 온 후로는 마을에 문제가 발생하면, 주민이 자연스럽게 모여 회의를 하고 해결 방법을 논의한다”는 말을 들었다. 운영 전반을 지원해야 했던 협동조합도 자체적인 역량을 갖춰 지역 주민이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이 생긴 것이다. 또, 가정의 소득은 생계비뿐 아니라 미래를 위해 아이들이 학교에 갈 수 있는 교육비로도 쓰인다.

지난 17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빈곤 퇴치의 날이다. 우리가 조금만 더 이웃의 범위를 확장한다면 세계의 빈곤을 퇴치하는 것이 아예 불가능한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빈곤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꿈을 꾸는 아이들과 스스로 좋은 변화를 만들 수 있는 공동체가 더 많아지기를 기대해본다.



최주용 굿네이버스 말라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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