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무죄 받았다가 2심서 유죄로 반전
2019학년도 수학능력시험을 보고 나서 열흘 후인 2018년 11월 25일, 수능 수험생 A씨는 갑자기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았다. "사실 ○○씨가 맘에 든다" 느닷없이 연락을 해온 남성은, 알고 봤더니 A씨의 수능 고사장이었던 서울 모 고교의 감독관이었다.
고교 교사인 B(32)씨는 수능 감독 업무차 이름과 연락처 등 개인 정보가 담긴 응시원서를 교육청에서 받았는데, 수능 당일 고사장에서 A씨를 본 뒤 수험표와 응시원서를 기초로 A씨의 연락처를 알아냈다. 검찰은 B씨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교육청이 '수능 감독 업무에 쓰라'며 준 개인정보를 엉뚱한 곳에 썼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B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은 B씨의 행위가 명백하게 부적절했지만, 현행법상 마땅한 처벌 규정이 없어 죄를 물을 수 없다고 봤다. 쟁점은 B씨를 '개인정보처리자(교육청)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사람'으로 볼지, 아니면 '개인정보취급자'로 볼지였다.
여기서 ‘제공받은 사람’이라면 교육청의 지휘ㆍ감독 없이 개인정보를 이용할 수 있는 자율권이 보장된 사람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취급자’는 교육청에서 일을 위임받아 그 지시에 따라 단순히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1심은 교육청이 B씨를 수능감독관으로 차출했기 때문에 '취급자'에 해당한다고 봤다.
문제는 현행법상 B씨를 ‘개인정보취급자’로 볼 경우, 개인정보를 △누설ㆍ제공하는 경우 △훼손ㆍ위조ㆍ유출한 경우 등은 처벌할 수 있지만, 본인이 직접 개인정보를 '이용'하는 상황은 처벌할 조항이 없다는 점이었다. 일종의 입법상 공백이었다. 그래서 1심은 B씨에게 무죄를 선고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 2심은 1심의 판단이 개인정보보호법의 입법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교사 B씨를 유죄로 봤다. 21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부장 최한돈)는 B씨에게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2심은 1심 판단과 달리 B씨를 ‘취급자’가 아닌 ‘제공받은 자’로 봐야한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이 사건의 경우 취급자는 교육청의 지휘ㆍ감독 하에 개인정보수집과 파일관리 등의 일을 담당하는 사람을 의미한다”고 했다. 반면, B씨는 공공기관(교육청)이 소관업무 수행을 위해 개인정보를 넘긴 상황이므로, '제공받은 자'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2심 재판부는 따라서 B씨를 개인정보보호법 제19조(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의 이용ㆍ제공 제한) 조항에 따라 처벌할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A씨는 B씨의 연락을 받고 두려워 기존 주거지를 떠나는 등 큰 정신적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그런데도 B씨는 범행을 부인하고, 용서를 구하기는커녕 고소 취하를 종용해 엄정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B씨는 재판 과정에서 ‘A씨의 연락처를 수능 감독 과정에서 알게 된 것이 아니고 과거 근무하던 학원의 아는 사람과 착각해 검색하다가 알게 됐다’거나 ‘카페에서 우연히 점원이 불러주는 휴대폰 번호를 들어 알게됐다’ 등의 변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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