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2월 26일 오전 10시에 시작한 35회 원자력안전위원회 회의는 자정을 넘겼다. 격렬한 마라톤 회의 끝에 한국수력원자력이 제출한 ‘월성 1호기 계속운전(수명연장) 허가안’이 표결에 부쳐졌고, 의결됐다. 하지만 상처가 컸다. 위원 9명이 모두 참석했으나, 표결을 끝까지 반대하던 2명이 표결 직전 퇴장했다. 결국 수명연장에 긍정적인 위원들만 남아 진행된 표결은 만장일치로 끝났다.
반발은 극심했다. 심의 중 제기됐던 안전성 문제들이 위원들 사이에서 합의되지 않았으니 당연했다. 원전은 사고에 대비해 핵연료를 냉각시키는 시스템을 여러 단계로 갖춰 놓아야 한다. 당시 수명연장을 반대한 위원들은 이와 관련된 특정 기계가 한 대밖에 없어 해외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찬성 측은 해당 기계에 문제가 생겨도 주변 다른 설비로 냉각시킬 수 있어 기준에 맞는다고 반박했다. 첨예한 쟁점들은 표결과 함께 묻혀버렸다.
지난해 12월 24일 열린 112회 원안위 회의 때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됐다. 이번엔 ‘월성 1호기 운영변경허가(영구정지)안’을 놓고 찬반 논쟁이 이어졌다. 위원들 다수는 합의된 결론 도출이 어렵다 판단하고 결국 안건을 표결에 부쳤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수명연장과 정반대인 영구정지 안건 역시 다수결로 통과됐다. 한 위원은 표결 직전 “회의에 올 때마다 도저히 타협이 안 되는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정말 싫지만 표결하는 게 그나마 현명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표결 정책’은 현명하지 않았다. 갈등이 5년 넘게 이어지다 급기야 정부와 공공기관의 ‘말 바꾸기’가 탄로나는 지경이 됐다. 처음부터 ‘경제성은 있지만, 그래도 원전을 줄여야 하니 월성 1호기는 세우자’고 솔직하게 설득했어야 했다. 감사원은 경제성 말 바꾸기는 맞다면서도 영구정지 결정이 타당한지는 모르겠다 했다. 원자력당국이 갈등 심한 사안을 합의가 아닌 표결로 정하고, 있던 경제성을 없다고 말을 바꾸고, 감사당국마저 시간 끌며 애매한 결론을 내는 사이 원전 이슈는 ‘도저히 타협 안 되는 문제’로 굳어졌다. 앞으로 원자력 정책을 믿어줄 국민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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