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기 한의학서적ㆍ17세기 공신모임 그림 병풍ㆍ가야 목걸이들은 보물 지정
가슴에 구멍이 뚫린 고려 승려 희랑대사(希朗大師)의 1,000년 넘은 조각상이 국보가 됐다.
문화재청은 보물이던 ‘합천 해인사 건칠희랑대사좌상’을 승격해 국보로 지정하고, 15세기 한의학 서적 ‘간이벽온방(언해)’, 17세기 공신 모임을 그린 ‘신구공신상회제명지도 병풍’, 가야 문화권 출토 목걸이 3건 등을 보물로 지정했다고 21일 밝혔다.
10세기 전반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건칠희랑대사좌상(국보 제333호)은 신라 말, 고려 초 사이에 활동한 승려 희랑대사가 앉아 있는 모습을 조각했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화엄학을 공부하는 학승(學僧)이던 희랑대사는 해인사 희랑대에 머물면서 수도에 정진했고 태조 왕건의 후삼국 통일에 도움을 줬다. 이에 왕건은 해인사를 다시 짓는 데 필요한 토지를 하사하고 국가의 중요 문서를 이곳에 두었다고 한다.
국립문화재연구소 보존과학연구실이 조사했더니 이 작품은 얼굴과 가슴, 손, 무릎 등 앞면은 옻칠한 삼베 등을 여러 번 둘러 형상을 만든 건칠(乾漆) 기법, 등과 바닥은 나무 조합으로 각각 제작했고 원형이 잘 보존된 데다 표현의 사실성이 빼어나 미술사적 가치도 크다는 평가다.
눈에 띄는 특징은 가슴에 뚫린 폭 0.5㎝, 길이 3.5㎝의 구멍이다. 해인사의 설화는 희랑대사가 다른 스님들의 수행 정진을 도우려 가슴에 흉혈(胸穴)을 뚫어 모기에게 피를 보시했다고 전한다. 희랑대사가 ‘가슴에 구멍이 있는 사람’이라는 의미의 별칭 ‘흉혈국인’(胸穴國人)’으로도 불리는 이유다.
보물 제2079호로 지정된 간이벽온방은 1525년(조선 중종 20년) 의관 김순몽, 유영정, 박세거 등이 평안도 지역을 중심으로 역병인 장티푸스가 창궐하자 내려진 왕명에 따라 전염병 치료에 필요한 처방문을 모아 펴낸 의학 서적이다. 국립한글박물관 소장본이다. 1455년 을해년에 주조된 금속활자로 1578년 이전 간행됐을 거라는 게 전문가들 추정이다.
신구공신상회제명지도 병풍(보물 제2080호)은 동아대 석당박물관 소장품으로, 1604년(조선 선조 37년) 11월 공신이나 그 자손을 우대하려 설립한 관청인 충훈부에서 열린 공신들의 상회연(相會宴) 장면을 그린 기록화다. 총 4폭이다. 맨 오른쪽 제1폭에는 상회연 장면이, 제2, 3폭에는 참석자 명단이 있고, 제4폭은 위쪽 제목 부분을 제외하고 내용이 비어 있다.
이번에 보물로 지정된 가야 목걸이들은 제작 시기가 3세기쯤으로 추정된다. 김해 대성동 76호분(3세기 말, 4세기 초 사이 금관가야 고분) 출토 목걸이(보물 제2081호)는 수정제 구슬 10점, 마노 구슬 77점, 각종 유리구슬 2,386점 등 총 2,473점으로 만들어졌다. 길이가 서로 다른 3개의 목걸이가 한 쌍이다. 김해 양동리 270호분 출토 수정 목걸이(보물 제2082호)는 다면체 구슬 20점과 주판 모양 구슬 120점, 굽은 구슬 6점 등 총 146점의 구슬로 구성돼 있다. 김해 양동리 322호분 출토 목걸이(보물 제2083호)는 수정제 굽은 구슬 147점, 대형 수정제 다면체 구슬 2점, 가운데 구멍이 뚫린 동그란 마노 구슬 6점, 파란 유리구슬 418점 등 다양한 재질과 형태의 보석 총 574점으로 구성됐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