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초연 당시 극중 인물의 대사를 빌려 "내년에 다시 돌아오겠다"고 외쳤던 국립극단 연극 '스카팽'은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덕분에 관객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됐다. 국립극단 제공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완화되면서 국공립 예술단체ㆍ공연장들이 관객맞이로 분주하다. 민간 공연이 처한 어려움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국공립 공연들도 잇따른 개막 취소로 적잖이 속앓이를 했던 터라, 오랜만의 공연 재개에 들뜬 분위기다.
국립극단은 지난 14일 서울 명동예술극장에 연극 ‘스카팽’을 올렸다. 실제 이 작품을 쓴 프랑스 유명 극작가 몰리에르가 직접 화자로 등장, 두 재벌가의 정략결혼을 막으려는 하인 스카팽의 엉뚱한 계략을 극중극 형식으로 풀어나가는 코미디극이다. 개막 공연에서 배우 성원은 몰리에르의 목소리를 빌려서 “반드시 돌아오겠다던 그 약속을 지켰다”는 즉흥 대사를 쏟아내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객석도 아낌없는 갈채로 화답했다.
국립극단 관계자는 “혹시 모를 공연 취소를 대비해 2주 단위로 티켓을 오픈하는데 예매 시작과 동시에 매진될 정도 반응이 뜨겁다”고 말했다.
30일에는 국립극단 신작 ‘발가락 육상천재’도 서계동 백성희장민호극장에 오른다. 초등학교 5학년 육상부에 압도적 실력을 가진 아이가 전학을 오면서 2등으로 밀려난 아이들의 좌충우돌을 그린 성장드라마다.
국립극장은 전속단체 국립창극단의 인기 레퍼토리 ‘아비, 방연’을 30일부터 다음달 8일까지 선보인다. 지난 3월 개막 직전에 공연이 취소돼 팬들의 아쉬움을 샀던 작품이다. 조선 초기 유배 중이던 단종에게 사약을 내리는 임무를 맡았던 실존 인물 왕방연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자식을 위해 신념을 꺾어야 했던 한 아비의 절절한 부성애를 다룬다. 연극과 뮤지컬, 오페라를 넘나드는 ‘대가’ 서재형이 연출을, 스타 소리꾼 박애리가 작창을 맡았다.

국립창극단의 '아비, 방연'은 지난 3월 개막 직전 공연이 취소되는 우여곡절을 겪고 다시 무대로 돌아온다. 국립극장 제공
예술의전당 무대엔 국립발레단이 ‘드디어’ 등판한다. 11월 4일부터 8일까지 오페라극장에서 전막 발레 ‘해적’을 공연한다. 3월부터 예정됐던 작품들이 전부 취소, 연기돼 이 작품이 올해 첫 정기공연이 되고 말았다. 원래는 이 시기에 ‘로미오와 줄리엣’을 공연할 계획이었으나 해외 창작진의 내한이 어려워지면서 ‘해적’으로 대체됐다. 국립발레단의 솔리스트 송정빈이 안무가 마리우스 프티파 버전을 새롭게 다듬어서 내놓는다.
CJ토월극장에는 11월 7일부터 29일까지 연극 ‘신의 아그네스’가 오른다. 윤석화, 신애라, 김혜수, 전미도 등 명배우들이 거쳐간 작품이다. 젊은 수녀 아그네스가 자신이 낳은 아기를 살해한 사건을 둘러싸고 아그네스와 원장수녀, 정신과 의사 리빙스턴이 펼치는 심리 게임을 밀도 있게 그린다. 이번 공연엔 박해미, 이수미, 이지혜가 출연한다.
세종문화회관도 뮤지컬 ‘머더 발라드’를 재개한 데 이어 여러 신작 무대를 준비 중이다. 전속단체인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은 공모를 통해 선정한 작곡가 5명의 작품을 묶은 ‘그들이 전하는 이야기 II’를 30일 M씨어터에서 연주한다. 서울시오페라단은 11월 11~15일 대극장에서 푸치니의 ‘토스카’를, 서울시뮤지컬단은 11월 24일부터 12월 20일까지 M씨어터에서 뮤지컬 ‘작은 아씨들’을 상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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