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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브람스'엔 없는 코로나19, 클래식계가 도전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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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브람스'엔 없는 코로나19, 클래식계가 도전해야죠"

입력
2020.10.22 04:3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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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영인 팀장의 모델, 박선희 코심 대표

20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연습실에서 만난 박선희 대표. 그는 SBS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 나오는 차영인 팀장의 실제 모델이다. 배우한 기자

20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연습실에서 만난 박선희 대표. 그는 SBS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 나오는 차영인 팀장의 실제 모델이다. 배우한 기자


20일 종영한 SBS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엔 ‘경후문화재단’의 차영인(서정연 분) 팀장이 등장한다. 공연계획 수립, 연주자 관리, 대관업무 등을 진행하는, 갈채 받을 일은 별로 없는 무대 뒤의 지휘자 같은 역할.

차 팀장의 실제 모델이 있다. 바로 박선희(45)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코심) 대표다. 박 대표는 2002년부터 코심 대표로 자리를 옮긴 지난해 1월까지, 20년 가까이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음악사업팀장으로 일했다. 말하자면 공연계의 '기획통'이다.

'브람스'를 쓴 류보리 작가는 오랜 인연을 바탕으로 박 대표에게 자문을 구했다. '경후재단'이 금호재단과 빼닮은 건 우연이 아니다. 박 대표에게도 드라마 '브람스'는 남 얘기가 아니기도 하다. 20일 서울 서초동 코심 연습실에서 박 대표와 만나 드라마 얘기를 나눴다.

박 대표는 사실적 묘사가 좋았다 했다. 그는 "음악하는 이들도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각자 자리에서 끈기 있게 일하는 사람들이란 메시지를 줬다"며 "음악인의 삶을 제대로 묘사해서 좋았다"고 말했다. "악기 하는 사람들은 하루에 몇시간씩 몇년을 성실히 연습하는, 인내할 줄 아는 사람들이잖아요. 시간의 힘을 믿어요" 같은 차 팀장의 대사가 대표적이다.

사실적 묘사엔 '그늘'도 포함된다. 박 대표는 "교수가 제자들에게 공연 티켓을 강매하거나, 음악인끼리 서열을 긋는 설정 같은 건 불편하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진실"이라며 "공연계가 돌아봐야 할 지점"이라고 말했다.


SBS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 등장하는 경후문화재단의 차영인(서정연) 공연기획팀장은 공연 제작 업무를 총괄하는 핵심 실무자다. SBS 제공

SBS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 등장하는 경후문화재단의 차영인(서정연) 공연기획팀장은 공연 제작 업무를 총괄하는 핵심 실무자다. SBS 제공


"바이올린 잘해요?"라는 질문에 "잘한다" 대신 "좋아해요"라고 말하는 여주인공 채송아의 대답은, 박 대표의 심정이기도 했다. 차 팀장처럼 박 대표도 비음대출신이다. 심지어 화학전공이니 이공계 출신이기까지 하다. 음악이 너무 좋아서 공연계에 입문했는데, 음악을 너무 좋아한 걸 힘들어 할 때도 있었다. "막상 공연계에 들어와보니 노동강도는 어마어마하게 강하고요, 거기다 이것저것 다 해내야 하는 멀티플레이어 역할을 요구하더라고요." 지금이야 웃지만, 공연계 일이 쉽지만 않았다.

드라마에서처럼 세계적 스타 연주자들과 누나, 동생 하면서 지낼까. "그럼요. 음악이란 게 전인격적인 거잖아요. 연주자 컨디션에서부터 개인사까지 모든 게 음악에 녹아들기 때문에 기획자는 연주자와 개인적인 유대를 쌓을 수 밖에 없어요." 금호재단이 배출한 '금호영재' 출신 연주자라면 피아니트스 조성진, 손열음 등 이름만 해도 어마하다. 친한 연주자나 에피소드를 물었더니 "당사자가 부담스러워 할 것 같다"며 그저 웃기만 했다.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한 박선희 코심 대표는 "잘 할 수 있는 일"보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며 공연계 입문 계기를 설명했다.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의 여주인공 채송아와 닮았다. 배우한 기자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한 박선희 코심 대표는 "잘 할 수 있는 일"보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며 공연계 입문 계기를 설명했다.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의 여주인공 채송아와 닮았다. 배우한 기자


드라마 종영과 함께 박 대표도 이제 현실로 돌아와야 한다. 코로나19 사태는 공연계의 민낯을 드러냈다. "좋은 시절엔 여러 후원 받으며 '어항 속 물고기'처럼 편하게 음악을 했죠. 그런데 이제 '왜 사회가 공연계를 지원해야 하느냐'라는 냉정한 질문을 받아들게 됐어요." 뼈 아픈 대목이다. "드라마에서 음악은 위로를 주는 존재던데, 지금까지 우린 자기만족을 한 게 아닐까 반성해볼 부분이 있죠."

박 대표는 또 한번 힘을 내볼 생각이다. 클래식 문턱을 낮추는 입문 콘텐츠도 개발 중이다. "공연장이 닫혀도 항의하는 사람 하나 없는 현실을, 이제는 한번 바꿔보겠습니다."

장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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