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2,600억원 고위험 상품에 투자
손실 확대돼 관리종목 지정 위기?
업계 "본분 망각한 지나친 투자"
작년 임상시험 중단 이어 잇따른 논란?
"1세대 벤처 책임감으로 연구 결실 내야"
최근 주식시장에서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위기에 놓인 바이오기업 헬릭스미스가 “피해 금액을 회수하기 위해 적극 대처하겠다”며 20일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이날 헬릭스미스가 내놓은 해명 자료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 5년간 자금을 운용하면서 총 2,643억원을 위험상품에 투자했다. 이 중 원금 1,350억원과 이자 182억원은 상환을 받았다.
지난달 기준 헬릭스미스는 830억원의 현금성자산과 1,293억원의 금융상품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서 고위험투자로 문제가 제기된 금융상품에 투자된 원금은 415억원인데, 이 중 64억원은 회수됐고, 부실 징후가 확인된 상품에 투자한 75억원이 손실에 반영됐다고 헬릭스미스 측은 설명했다. 남은 276억원에 대해 헬릭스미스는 법무법인과 분쟁조정 신청 등을 통해 최대한 회수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헬릭스미스는 2016년부터 고위험·고수익 금융자산을 연속적으로 취득했다. 기술이전 등 연구개발 관련 수익 없이 건강기능식품으로 매출(지난해 약 45억원)을 올리고 있는 헬릭스미스는 판매·관리비와 연구개발비 대부분을 유상증자와 사모전환사채를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운영해왔다. 시장의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자 헬릭스미스는 높은 수익이 가능한 금융상품에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증권사와 운용사의 고지 내용을 신뢰하고 투자를 결정했지만, 위험도가 높은 상품이라 손실이 발생했다는 해명이다.
그러나 소액주주들을 중심으로 그간 헬릭스미스가 유상증자 등으로 모은 자금을 연구개발이 아닌 고위험 상품 투자에 썼다며 불신이 확산됐다. 최근 손실이 커지자 헬릭스미스 측이 관리종목 지정을 피하기 위해 이번에도 약 2,8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겠다고 밝히면서 주주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졌다. 주식시장에선 투자자들을 보호하고 기업 정상화를 유도하기 위해 상장법인으로서 최소한의 유동성을 갖추지 못했거나 실적 악화 등으로 부실이 심화한 곳을 관리종목으로 지정한다.
헬릭스미스의 이 같은 이례적인 행보에 대해선 바이오 업계 내부에서도 우려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국내 바이오 업계 규모에 비춰보면 투자 규모가 지나치게 큰 데다, 지금까지 진행해온 연구개발이 아직 결실을 맺지도 못했는데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을 고위험 금융상품에 투자한 건 본분을 망각한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는 국내 바이오 벤처 1세대 주자로 꼽힌다. 헬릭스미스는 꾸준한 연구개발로 성장성을 주목 받아왔지만, 자체 개발한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 후보물질 ‘엔젠시스’로 미국에서 진행하던 대규모 임상시험이 지난해 9월 데이터 오류로 중단되면서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바이오 벤처 1세대로서 책임감을 토대로 좌고우면하지 말고 연구개발에 에너지를 쏟아 시장에서 인정받는 결과물을 내야 할 때”라고 꼬집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