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지휘권 발동 때와 달리 30분만에 "손 떼겠다"
"대규모 서민피해 사건…시간끌면 안 된다" 판단
잇단 지휘권에 비판 여론…국감서 우려 표명 가능성도
윤석열 검찰총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무더기' 수사지휘권 발동을 곧장 수용했지만 법무부와 대검찰청 사이의 긴장감은 여전하다. 검찰 안팎에서는 장관의 빈번한 지휘권 발동이 검찰 독립성을 침해한다는 비판 여론이 비등하다. 조만간 국정감사장에 서는 윤 총장이 작심 발언을 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거론되는 배경이다.
추 장관이 19일 라임 로비 의혹, 윤 총장 가족 및 주변 의혹 등 5개 사건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발동하자 대검은 단 30분만에 입장을 밝혔다. 앞서 검언유착 의혹 수사에 대해 추 장관이 지휘권을 발동했을 때 전국 검사장 회의를 소집하는 등 장고를 거듭하던 모습과는 다르다. 당시 윤 총장은 오랜 논의 끝에 '쟁송절차에 의해 취소되지 않는 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형성적 처분'이라며 추 장관의 지휘권 발동을 수용했다.
내용도 길지 않았다. '금일 법무부 조치에 의해 총장은 더 이상 라임사건의 수사를 지휘할 수 없게 되었음' '수사팀은 검찰의 책무를 엄중히 인식하고, 대규모펀드사기를 저지른 세력과 이를 비호하는 세력 모두를 철저히 단죄함으로써 피해자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기 바람'이라는 단 두 줄이었다. 지휘권 발동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현실적 상황을 설명하고, 일선 검사들을 믿는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가족 등 사건에 대해서는 "너무 당연한 것이니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 아래 입장문에 넣지 않았다. "총장은 지금까지도 가족 등 사건에 대해 일체의 보고를 받지 않았다"고 대검 측은 설명했다.
입장문의 문구는 윤 총장이 직접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측근을 불러 간략하게 의논을 하긴 했지만 회의는 길지 않았다고 한다. 입장문을 전달한 뒤 윤 총장은 별도 회의 없이 퇴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 장관의 지휘권 발동이 큰 파열음 없이 일단락된 것은 ‘수사가 우선’이라는 윤 총장의 의지 때문인 것으로 파악됐다. 대검의 한 간부는 "일단 급한 것은 수사이고, 누가 수사를 맡든 여야 가리지 말고 철저하게 수사할 것으로 믿는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라임 사태로 인한 서민들의 피해가 막중한 만큼 실속없는 갈등으로 시간을 끌 상황이 아니라는 게 윤 총장의 뜻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표면적으로 수용하는 자세를 취한 것과 달리 윤 총장은 장관의 빈번한 지휘권 발동에 대해 상당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추기관으로서 중립성과 독립성이 생명인 검찰이 특정 정당에 예속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이유에서다. 윤 총장의 이 같은 신념을 아는 법조인들 사이에서는 총장이 오는 22일 대검 상대 국감에서 그 동안 담아뒀던 발언들을 쏟아낼 수 있다고 전망한다. 정부가 정권 수사를 막기 위한 방향으로 검찰 인사를 내고 있다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서도 언급할지 주목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