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옴니버스법과 투자 유치
애를랑가 경제조정부 장관 인터뷰
편집자주
인도네시아 정부 공인 첫 자카르타 특파원과 함께 하는 '비네카 퉁갈 이카(Bhinneka Tunggal Ikaㆍ다양성 속 통일)'의 생생한 현장.
인도네시아는 지금 구조개혁 중이다. 일자리와 투자를 늘리기 위해 인도네시아 역사상 가장 혁신적인 905쪽(최종 812쪽)짜리 '일자리 창출 특별법(일명 옴니버스법)'이 통과됐다. 옴니버스문학 형식처럼 노동ㆍ조세ㆍ금융 3분야의 법 중 그간 개정이 힘들었던 76개 법안 1,200여개 조항들을 한데 묶어 바꾸는 '일괄 타법(他法) 개정' 방식으로 인도네시아에서도 처음 있는 일이다. 그래서 '빅뱅(Big bang)'이라 불린다. 조코 위도도(조코위) 대통령이 지난해 말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을 정도로 조코위 2기 정부의 최우선 과제였다. 그러나 "노동자를 착취하고 환경을 파괴하는 개악"이라는 시민사회의 반대에 직면했다.
법안 통과를 전담한 애를랑가 하르타르토(58) 경제조정부 장관이 한국일보와 단독 인터뷰했다. 경제 전반을 총괄해 '장관 중의 장관'이라 불리는 그는 국회(DPR) 제2당인 골카르당 총재이기도 하다. 당초 만나기로 약속한 5일 옴니버스법의 국회 본회의 표결이 전격 이뤄지면서 인터뷰는 두 차례 연기된 뒤 13일 장관 집무실에서 진행됐다. 그는 "옴니버스법이 통과된 만큼 가까운 나라 한국이 마음껏 투자해달라"고 강조했다.
-옴니버스법을 설명해달라.
"일자리 창출이 최우선 목표다. 매년 700만 실업자와 290만 예비노동자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350만 노동자가 해고됐다. 경제 구조를 뜯어고쳐서라도 일자리를 늘릴 방안이 절실한 시점이다. 기업의 인허가 절차를 단순화하고 연구개발(R&D)에 더 많은 혜택을 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싱가포르 테마섹 같은 인도네시아 국부펀드를 설립해 외국인 직접투자와 간접투자(펀드)를 늘릴 예정이다. 경제특구도 활성화한다. 고용 창출과 투자 확대, 규제 개혁, 관료제 개선이 옴니버스법의 지향점이다."
-전국에서 시위가 지속되는 등 시민사회의 반대가 심하다.
"한국의 노동시위와 달리 심하지 않다. 9개 당 중 2곳을 뺀 국회의 약 80%가 법안에 찬성했다. 정치적ㆍ법적 절차는 끝났다. 반대 의사를 거리에서 표명하는 것도 민주주의의 작동 원리인 만큼 충분히 존중한다. 다만 법안의 정확한 내용을 숙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반대를 위한 반대, 폭동을 부추기는 배후세력은 용납할 수 없다."
-중국을 빠져 나온 기업들은 주로 베트남으로 간다.
"지난 몇 년간 통계를 보면 연간 평균 외국인 직접투자 비율은 베트남과 비슷하다. 신용등급과 국내총생산(GDP)대비 부채 비율이 베트남보다 우수해 투자 경쟁력이 있다. 무엇보다 인도네시아는 아세안 경제력의 절반을 차지한다. 2억7,000만 인구의 내수시장은 코로나19 사태에도 든든한 버팀목이자 기업들의 사업 측면에서도 장점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상황에서 인도네시아는 수입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수 있다. 옴니버스법 통과로 노동시장과 투자 환경은 이전보다 기업들에게 더 호의적으로 변할 것이다."
-한국 기업들은 투자 및 사업 장벽이 많다고 호소한다.
"인허가, 세금, 토지 취득 문제 등 애로사항을 잘 알고 있다. 옴니버스법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이중 인허가 문제를 해소하고 투자 기업들이 보다 빨리 인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노동 관련 법규는 더 유연해지고 투자 인센티브는 더 늘릴 예정이다. 투자 분야도 의료, 교육 등을 더 개방한다. 예컨대 외국 대학은 인도네시아에서 100% 운영할 수 있다."
-한국이 어떤 분야에 투자하길 원하나.
"먼저 자동차에 더 많은 투자를 기대한다. 부품 및 전기차, 물류 관련 산업 등을 유치해 아세안의 거점기지로 거듭나고 싶다. 전기차는 인도네시아의 국책사업이다. 이미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는 섬유와 의류업체, 롯데마트처럼 고용 효과가 뛰어난 유통업체들이 더 많이 오길 바란다. 인프라 투자 역시 희망한다. 또 한국은 인도네시아 인력의 역량 강화 및 R&D 능력 향상을 촉진할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와 맞물려 백신 개발 등 제약 분야 협력도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 제약사 ㈜칼베와 한국 제약사 ㈜제넥신이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3억개 이상의 백신시장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중부자바주(州) 바탕 종합공단(KIT)이 뜨고 있는데.
"현재 143개 외국 기업이 바탕에 투자할 계획을 밝혔다. 한국은 25곳으로 미국(57개) 대만(39개)에 이어 세 번째다. LG화학 공장 건설 여부는 비공개로 논의되고 있다. 바탕은 항만 도로 등 사통팔달의 요지다. 우리 정부는 5년 무상임대, 10년 연장 조건을 내걸었다. 인건비는 어떤 곳보다 낮고, 기술력과 노동력은 풍부하다. 앞으로 중국과 경쟁할 수 있는 모델이라고 자신한다."
-칼리만탄(보르네오)섬 등지의 식량기지 건설은 어떻게 되어 가나.
"1단계로 중부칼리만탄주에 외국인 투자자가 최신 영농기술을 이용해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하겠다. 총 1,480㎢의 토지가 투자 개방형이다. (한국은) 투자만 결정하면 된다. 관개시설, 토지 계획, 인허가는 정부가 모두 준비해줄 것이다."
-한국은 왜 인도네시아에 중요한 나라인가.
"전자 및 기술 허브로 변모한 아시아 경제의 기적이지 않느냐. 경제개발 단계에서 인도네시아와 몇 가지 유사점이 있는 한국은 자본과 기술집약적 투자의 대안적 원천이 될 수 있다. 인도네시아는 니켈 등 원료를 수출함으로써 전자, 반도체 등 한국 선진 산업의 글로벌 가치 사슬에 동참할 수 있다. 한국 기업은 전기차배터리, 자동차, 전자 같은 산업을 인도네시아에 직접 투자해 가치를 더욱 높일 수 있다. 또 현재 조코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긴밀한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자동차(현대차) 석유화학(롯데케미칼) 철강(포스코) 3대 협력 분야는 양국 정상의 약속에 의해 실행되고 있다."
-한국 기업과 투자자, 정부에 하고 싶은 말은.
"인도네시아에는 한국 학교가 있고 맛있는 음식도 많다.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과 음식을 제공할 기회를 놓치지 말라. 우리는 모든 투자자를 환영한다. 양국 정부는 4차 산업혁명 등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옴니버스법 통과로 인도네시아의 투자 환경이 좋아진 만큼 양국 정부가 서로 지지하며 앞으로 나아가길 희망한다. 인도네시아와 한국은 가까운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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