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 "국회 개헌 논의, 26일 시작 " 전향
정권퇴진ㆍ왕실개혁 요구에는 묵묵부답
법집행 강도도 높여... 시위대 반응 냉담
태국 군부정권이 비상조치에도 멈추지 않는 반(反)정부 시위를 진화하기 위해 유화책을 꺼내 들었다. 헌법을 개정해 민주적 소통 절차를 마련할 테니 집회를 일단 멈춰 달라는 절충안이다. 하지만 시위대의 핵심 요구인 정권 퇴진과 왕실 개혁 문제에는 여전히 수용 불가를 고수해 정국 불안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20일 태국 일간 방콕포스트에 따르면 쁘라윳 짠오차 총리는 이날 내각회의를 소집, 개헌 논의의 장이 될 의회 특별회기를 오는 26일부터 이틀간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아직 태국 국왕의 재가가 남았지만, 적어도 “의회를 해산하고 군부가 제정한 헌법을 개정하라”는 시위대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일 수도 있는 의중을 내비친 것이다. 2014년 쿠데타로 집권한 현 정권은 당시 상원 대다수를 군부 인사들로 채우고 총리도 상ㆍ하원 협력 선출로 변경하는 내용의 개헌을 단행한 바 있다. 그 결과, 하원은 사실상 허수아비로 전락하고, 총리도 군부가 선출하는 구조로 바뀌었다. 시위대는 6년 전 개헌을 태국 민주주의를 위협한 적폐의 출발점으로 보고 있다.
쁘라윳 총리는 또 “비상조치는 방콕에만 적용할 뿐 다른 지역으로 확대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시위가 격해질 경우 비상조치를 전역에 발동할 수 있다는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선 것이다.
시위 열기가 꺾이지 않자 내놓은 일종의 타협안인 셈인데 시위대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당장 지난달 25일 군부가 장악한 상원이 야당이 진행하던 개헌안 표결 절차를 강제 부결시킨 전례가 있는 만큼 정권의 개헌 의지는 단순한 ‘립 서비스’일 뿐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정부는 총리 퇴진과 왕실 개혁 요구에는 여전히 입을 닫아 개헌의 진실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시위대 내부 강경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경찰이 이날 기존 집회 과정에서 파생된 영상과 보도를 문제 삼아 4개 언론사를 대상으로 웹사이트 차단 작업을 개시한 것도 지도부의 화해 메시지가 꼼수에 불과하다는 점을 증명하고 있다. 말로는 화해 메시지를 내뱉으면서 치안당국을 동원, 법집행 강도는 계속 높이고 있는 탓이다. 시위대 핵심 관계자는 “외신기자 클럽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태국 정권의 비상조치와 언론통제에 비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며 “강경책 역효과로 다급해진 쁘라윳 총리가 입으로만 변화를 들먹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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