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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중이온가속기 구축, 또 연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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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중이온가속기 구축, 또 연기된다

입력
2020.10.19 18:32
수정
2020.10.19 18:48
0 0

"2021년 말 완공 물리적으로 불가능
구축기간 연장, 사업비 증액 협의 중"
일정과 추가비용 내달 발표 예정?
"핵심 장치 성능시험 부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우려'"
"기술 어려움, 경험 부족...지연 불가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핵심 연구 시설로 신동 지구에 들어설 예정인 중이온가속기 단지 조감도. 한국일보 자료사진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핵심 연구 시설로 신동 지구에 들어설 예정인 중이온가속기 단지 조감도. 한국일보 자료사진


‘단군 이래 최대 규모 기초과학 프로젝트’로 불렸던 한국형 중이온가속기 구축 사업이 내년 말로 예정된 완공 일정을 2022년 이후로 늦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당초 2017년 완공이 목표였는데 이미 두 차례 연기된 데다 일부 연구자들이 핵심 장치 성능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면서 중이온가속기 구축 계획이 위기를 맞고 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중이온가속기건설구축사업단 권영관 부단장은 19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완공 일정을 물리적으로 2021년 말까지 맞추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사업기간 연장과 사업비 증액 여부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업단은 협의 결과를 내달 중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과학계에선 사업 기간은 2년, 사업비는 1,000억원이 추가될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이온가속기는 이명박 정부가 대전 신동·둔곡 지구에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2011년 발표하면서 1조5,000억원을 투입해 건설을 추진해온 과학벨트 내 핵심 연구 시설이다. ‘라온(RAON)’이라고 이름 붙인 이 중이온가속기가 다양한 중이온 입자를 가속시켜 일어나는 반응으로 생산할 희귀한 동위원소들은 물리학과 생명과학 등 기초과학 분야 연구에 널리 쓰일 수 있다.

계획대로라면 내년 완공을 앞둔 지금은 중이온가속기 내 핵심 장치인 초전도가속기(SCL3)가 시험운전에 들어가야 한다. 그러나 연말이 두 달 남짓밖에 안 남았는데 초전도가속기는 설치조차 끝나지 않았다.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 IBS지부는 이날 성명서를 발표하고 “초전도가속모듈(시제품)의 성능시험이 부실하게 진행된 상태에서 졸속으로 본제품을 제작하고 있다”며 “제작을 마치고 설치된다 해도 제대로 된 성능을 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초전도가속기를 구성하는 초전도가속모듈 안에는 가속관이 여러 개 들어간다. 이들 가속관이 서로 간섭하지 않고 입자를 잘 가속시킬 수 있도록 성능을 맞춰줘야 하는데, 현재 사업단의 시험 시설로는 가속관 개별 성능만 파악할 수 있을 뿐 상호작용은 확인하기 어렵다는 게 공공연구노조 IBS지부 측의 설명이다. 이 상태에서 사업단이 지난 2018년 수백억원을 들여 초전도가속모듈 본제품 제작을 외부 업체에 의뢰했고, 그 결과 올해 말까지 사업단이 받기로 한 초전도가속모듈은 현재 56개 중 22개만 들어왔다. 이 속도라면 필요한 가속관을 연말까지 모두 받지 못할 게 분명하다는 것이다.

최숙 공공연구노조 IBS지부장은 “사업 기간을 연장하고 추가 비용을 들인다 한들, 부실한 성능시험을 거친 장치로 중이온가속기가 제대로 운영 되겠느냐”며 “장치 구축 비용의 10%(약 500억원)가 해마다 운영비로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이번에 바로잡지 못하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사업단 측은 초전도가속모듈은 시제품 단계에서도 확인해야 할 성능 지표들이 많고, 가속관 간 상호간섭은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서 본제품 제작 이후 확인해도 된다는 국제 자문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또 현재 가속관 여러 개를 동시에 성능시험 할 수 있는 설비를 준비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권 부단장은 “가속관은 내년 1월 제작이 완료될 예정이고, 이후 성능시험을 거쳐 설치하면 내년 6~7월 빔 인출(시험가동)이 가능할 것”이라며 “중이온가속기 구축은 어려운 기술인 데다 경험도 없어 연구개발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일부 과정이 지연되는 등 소요 기간에 불확실성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임소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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