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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철의 남다른 ‘말하기ㆍ듣기’

입력
2020.10.20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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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김종철 정의당 대표가 18일 국회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며 진보정당의 제2세대로서의 역할을 설명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김종철 정의당 대표가 18일 국회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며 진보정당의 제2세대로서의 역할을 설명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1993년 서울대 총학생회장에 출마한) 그는 팔뚝질을 하며 목소리를 높여 외치지 않았다. 연설대에 살짝 기대어 서서는 대화를 나누듯 차분하게 공약과 운동 방침에 대해 조근조근 풀어 말했다. 청중은 차분히 가라 앉아 그의 말을 경청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껏 인간 김종철은 별로 변하지 않은 것 같다.”

김종철 신임 정의당 대표의 오랜 벗, 천정환 성균관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그때 그 시절’을 이렇게 기억했다. 최근 대표 선거를 앞두고 한 지지선언에서다. 많은 진보정치인이 자주 거칠고 날 선 행보로 괜한 구설에 올랐던 일들을 생각하면 김 대표는 ‘톤 앤 매너’에서 예전부터 유별났던 모양이다.

이런 평가는 두루 통한다. 장태수 전 대구광역시 서구의원은 ‘당원 김종철’을 이렇게 기억한다. “그는 말에 집중한다. 어떤 장치도 없이 말에 집중한다. 구체적인 방향을 담고, 진보정치의 부족함도 고백한다. 추상적인 말의 나열과 반복이 아닌 구체적인 방향은 말이 가지는 힘을 더 키웠다. 그건 기술이 아니라 정치철학이고, 자기 활동의 나침반이었다.”

이렇듯 최근 취임한 김 대표와 그가 열 ‘정의당 시즌2’에 거는 굵직한 두 기대는 △김 대표의 남다른 화법과 △정책 이해도에 집중돼 있다. 그는 늘 의제로 다룰 정책도 많은데 정쟁이나 정치 공학에 할애할 시간은 없다는 듯, 말하고 행동해왔던 셈이다. 정작 김 대표가 좌우명으로 여기는 문장 중엔 “마지막 발언권은 상대방에게”란 말이 있다. 주변에선 ‘장치도 기술도 쓰지 않는 말하기’로 기억되는 그의 ‘듣는 철학’이다. 돌직구로 의제를 꺼내 들고 경청하니 대화가 자주 곧장 본질로 향한다고 한다.

‘표’만 끌어 모을 수 있다 싶으면 ‘남자가 애를 낳는 것 빼고는’ 모든 게 가능하다는 여의도 문법에 비쳐도, 대개 야당이 자주 상대방과 각만 세워 존재감을 과시해온 생존전략을 감안해도, 상대가 무슨 말을 하든 자신의 프레임으로 결론을 전도하는 아전인수 논평의 달인들을 생각해도, 정치권에선 참 드문 평판이다.

그는 일단 주변의 기대에 부응하듯 취임하자마자 향하는 곳곳을 ‘정책 대담의 장’으로 만들며 첫 대표직 행보를 시작했다. 주요 상견례 자리는 물론, 인터뷰에서도 비슷했다. 인터뷰를 이끌던 정관용 국민대 특임교수는 10분 만에 그와 “무상급식, 무상의료, 무상교육, 연금 개혁, 세금체계 개편, 복지와 시스템 연계, 고용유연화, 사회안전망 확충 이야기”를 나눴다고 반가워하며 평소 느낀 갈증을 토로하기도 했다.

‘거대양당의 기술’이 번번이 정책의제를 압도하는 세계에서 이런 돌직구가 얼마나 언제까지 유효할지는 물론 미지수다. 김 대표도 ‘기득권은 물론 (표 떨어뜨리는) 금기에 맞서겠다’고 각오할 정도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김 대표의 우직한 ‘말하기ㆍ듣기’와 금기 깨기가 어쩐지 해피엔딩을 그릴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정치 공학이나 별다른 속내 없이 담백하게 꽂는 이런 ‘정책 돌직구’에 2주만에 적잖은 이들이 ‘해갈’을 거론하는 모습을 보면서다. 취임 2주만에 그가 화두에 올린 연금개혁, 공무원 정치발언권, 기본자산제 논의에 반색하는 이들을 보면서다. ‘기술을 쓰지 않는 정치’에 목마른 더 많은 유권자들과 함께 그가 그릴 “색깔은 선명하고 뿌리는 튼튼한 정의당”의 앞날에 대해 기대가 커지는 나날이다.


김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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