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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수가 국정감사에?국회에서 부르면 무조건 가야 한다?

입력
2020.10.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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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한 이유' 로 불출석 사유서 내면 안 갈 수 있어
상임위가 받아들이지 않은 증인은 고발 당할 수도
"증인ㆍ참고인 채택 기준 명확히 해야" 목소리도


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 페이스북 캡처

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 페이스북 캡처

펭수가 국정감사에? 펭수가 참고인으로 국감 출석 요청을 받자, 펭수의 세계관을 건드리지 말라며 팬들이 분노했던 일. 다들 기억하시나요? 펭수의 대리인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펭수를 국감장에서 만날 순 없었지만요.

그런데 잠깐! 국회에서 불렀는데 불출석해도 되는 걸까요? 도대체 국정감사가 뭐하는 곳이길래 펭수를 국회에 부른 걸까요?


국정감사가 뭐야?

19일 경기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가 진행되고 있다. 뉴시스

19일 경기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가 진행되고 있다. 뉴시스

국정감사는 국회가 행정부의 국정 수행이나 예산 집행 등 국정 전반에 대해 벌이는 감사 활동을 말해요.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외교통일위원회 등 소관 상임위원회별로 해마다 30일 이내의 기간을 정해 감사를 시행하는데요. 7일에 시작한 21대 국회 첫 국정감사는 26일까지 이어질 예정이에요.

국정감사의 대상 범위는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국감국조법)'에 따라 국정 전반이에요. 그래서 법률에 나와 있는 감사 대상 기관도 국가기관, 공공기관, 한국은행, 농업협동조합중앙회 등으로 제한이 돼 있답니다.

이 외에도 본회의가 의결했다면 지방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감사원법'에 따른 감사원의 감사 대상기관도 국감 대상기관이 될 수 있어요.


국회에서 부르면 무조건 출석해야 한다?

김명중 한국교육방송공사 사장이 1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한국방송공사, 한국교육방송공사 국정감사에서 질문받고 있다. 연합뉴스

김명중 한국교육방송공사 사장이 1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한국방송공사, 한국교육방송공사 국정감사에서 질문받고 있다. 연합뉴스

아니요. 국감국조법에 따라 각 상임위원회는 감사를 위해 증인ㆍ참고인의 출석을 요구할 수 있어요. 그런데 국감 증인ㆍ참고인으로 채택됐다고 하더라도 '정당한 이유'를 들어 불출석사유서를 제출하면 출석하지 않아도 됩니다.

앞서 펭수를 부른 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였는데요. 펭수가 출연하는 한국교육방송공사(EBS)가 감사 대상기관이고, 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이 펭수 등 캐릭터 연기자가 합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펭수를 참고인으로 요청했는데요.

참고인은 불출석 하더라도 처벌받지 않아요. 펭수를 부르겠다고 했던 황보 의원이 "펭수는 참고인이기 때문에 나오지 않아도 된다"고 한 것도 이런 맥락이에요.

반면 증인의 경우엔 좀 다릅니다. 비록 불출석 사유서를 냈다해도 상임위원회가 불출석 사유가 합당하지 않다고 판단하면 동행 명령을 받거나 동행에 응하지 않는다면 고발당할 수 있어요.

실제로 2012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등 16명의 증인은 국감 불출석을 이유로 검찰에 고발당했어요. 16명 모두 300만~1,50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고요.


"여당이 전혀 협조를 안 한다"...증인 채택을 둘러싼 논쟁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한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준석 국민의힘 전 최고위원. KBS 유튜브 캡처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한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준석 국민의힘 전 최고위원. KBS 유튜브 캡처

국정감사 증인 채택을 둘러싸고 여야 간 논쟁이 시끄러운데요. 국민의힘은 여당이 123명(상임위별 중복 포함)의 주요 증인 채택을 거부해 '맹탕 국감'이 되었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12일, 이준석 국민의힘 전 최고위원과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국정감사 증인 채택을 둘러싸고 논쟁을 벌였습니다.

이 전 최고위원이 "과거에 민주당이 야당 시절이었을 때 채택했던 증인들과 비교해 봐도 (민주당이) 전혀 협조를 안 하고 있다"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러자 김 의원이 "기본적으로 국감에서 증인은 기관증인을 대상으로 신청한다"며 "민간인을 증인으로 한다면 그 증인을 불러서 유의미한 답변을 이끌어 낼 증언의 가치가 있어야 된다"고 맞받아친 겁니다.

김남국 의원의 발언, 사실일까요? 지금부터 국정감사엔 누가, 어떻게 증인ㆍ참고인으로 나가게 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증인은 기관 증인을 대상으로 한다?

박재현(왼쪽) 한국수자원공사 사장 등 환경부 산하 기관장들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의 한국수자원공사 등 환경부 산하기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선서하고 있다. 뉴스1

박재현(왼쪽) 한국수자원공사 사장 등 환경부 산하 기관장들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의 한국수자원공사 등 환경부 산하기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선서하고 있다. 뉴스1

맞아요. 각 의원이 별도의 신청 없이 기관증인을 심문할 수 있는 것과 달리 일반 증인을 심문하기 위해서는 일반증인 신청, 채택의 과정을 따로 거쳐야 해요. 이는 기본적으로 국정감사 대상 기관이 국가기관, 공공기관 등으로 한정되기 때문이에요.

각 국회의원은 상임위원회 의결을 통해 기관증인으로 지정된 사람들에겐, 별도의 신청 없이 증인 심문을 할 수 있어요. 구체적으로 살펴볼까요?

2020년 외교통일위원회의 '국정감사 계획서'를 살펴보면 외교통일위원회는 '기관장 및 관계부서장(국장급 이상)'을 증인으로 하되, 산하기관은 임원급 이상, 재외공관은 공사참사관 이상을 기관증인으로 지정했어요. 그러니까 외교부 대상 국감에 외교부 장관, 통일부 대상 국감에 통일부 장관이 출석하는 건 기관증인으로 출석하는 셈이죠.


'2020년도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 계획서' 발췌

'2020년도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 계획서' 발췌

여야가 부딪히는 지점은 '일반증인 채택'이에요. 개별 국회의원은 필요하다면 피감기관 관계자가 아니더라도 일반증인을 신청할 수 있거든요.

한 보좌관은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국감에서 다루는 이슈와 직접 관련있는 사람에게 설명을 자세히 듣기 위해 일반증인 신청을 한다"고 말했는데요. 20대 국회 때인 2018년 국정감사 당시 선동열 전 야구국가대표팀 감독이 아시안게임 선수 선발 과정 특혜 의혹을 받고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 일반증인으로 출석하기도 했죠.

일반증인의 신청 절차는 기관증인 신청과 비교해 더 까다롭습니다. 일반증인을 신청하고 싶은 국회의원은 신청서에 증인 신청 이유, 안건 또는 국정감사와 관련성을 적어 각 상임위원회 위원장에게 내야 해요.

아래의 표는 '2020년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채택된 증인 명단 중 일부예요. 신청한 위원, 증인 이름, 신청 이유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20년도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증인, 참고인 추가채택 명단' 발췌

'2020년도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증인, 참고인 추가채택 명단' 발췌



누구나 일반증인이 될 수 있다?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구ㆍ부산 고등검찰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간사와 김도읍 국민의힘 간사가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구ㆍ부산 고등검찰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간사와 김도읍 국민의힘 간사가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아닙니다. 일반증인은 통상적으로 상임위원회 간사들이 합의 뒤 상임위원회 의결로 결정합니다. 증인 신청 기준이 있는 건 아니지만, 증언이 불가능한 경우를 설명한 내용도 있어요.

1)국정감사는 국정과 관계없는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할 수 없어요(국감국조법 제8조).

2)진행 중인 재판 또는 수사 중인 사건에 관여할 수도 없고요(국감국조법 제9조). 검찰사무는 기본적으로 행정 영역이기 때문에 국정감사의 대상이 맞지만, 수사나 재판에 간섭하는 건 형사 사법의 공정을 침해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3)군사ㆍ외교ㆍ대북관계의 국가기밀에 관한 사항, 그래서 공개될 경우 국가 안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주무부처 장관의 소명이 있다면 증언을 거부할 수 있어요('국회에서의 증언ㆍ감정 등에 관한 법률' 제4조).

증언을 거부할 수 있는 사람들도 있는데요. '형사소송법' 제148조, 149조에 해당하는 경우예요(국회증언감정법 제3조). 예를 들어 변호사, 의사, 종교인 등이라면 업무상 알게 된 타인의 비밀에 관해 증언을 거부할 수 있습니다.

군 복무 중이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을 수술한 삼성서울병원 정형외과 교수 A씨도 '형사소송법' 제149조 '기밀 유지'를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냈어요.


한번 채택이 결정된 증인은 바꿀 수 없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 참석해 삼성전자 부사장 증인 채택 무산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 참석해 삼성전자 부사장 증인 채택 무산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아니요. 7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소속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국정감사 증인ㆍ참고인 명단이 바뀌었다며 "위원에게 일절 상의도 없이 이렇게 될 수 있냐"라고 문제를 제기했어요. 산자위 간사 협의로 채택된 증인이 변경된 거죠.

류 의원의 지적에 산자위 간사인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에 명단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는데요. "기준이 있었습니다. 1개 기업이 이중삼중으로 증인 출석하는 것은 현재 코로나19 사태에서 기업에 불편, 부담을 줄 수 있고 (...) 기업에 여러 명이 같은 상임위에 중복 출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원칙을 정해놓고 증인을 채택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입니다."

그러니까 산자위엔 '1개 기업에선 1인만 출석할 수 있다'라는 일반증인 채택 기준이 있는 셈이죠. 하지만 류 의원이 곧바로 "50명 기업에서 2명 오는 거랑 삼성전자쯤 되는 데서 2명 오는 거랑 또 다르잖아요"라고 지적하며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이 19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뉴시스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이 19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뉴시스

법사위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요. 지난달 23일 열린 제4차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서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은 "(일반증인 신청이) 양당 교섭단체 간사 협의에 의해서 진행된다고는 하나 이 과정 전체를 법사위원들이 공유했으면 좋겠다"고 주장했습니다.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한 증인을 채택할 수 없다는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의견에 동의한다며 "저는 재판, 수사, 감사, 감찰 중인 증인이나 참고인을 신청하지 않았습니다. (...) 증인과 참고인을 신청하는 부분에 대해서 명쾌한 원칙을 세워야 된다"고 이야기하거든요.

간사 협의에 참여하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신청한 증인이 기각 되거나 바뀌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는 소수정당 의원들의 답답함이 느껴지시나요.


유의미한 답변을 끌어낼 가치가 있을 때만 출석을 요청한다?

고 백남기 농민의 주치의인 서울대병원 백선하 교수가 2016년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백남기 농민 의료기록영상을 보이며 설명하고 있다. 앞줄 왼쪽은 서창석 서울대병원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고 백남기 농민의 주치의인 서울대병원 백선하 교수가 2016년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백남기 농민 의료기록영상을 보이며 설명하고 있다. 앞줄 왼쪽은 서창석 서울대병원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판단하기 어려워요. 일반증인 채택 과정을 분명하고도 자세하게 담은 규정이 있는 것이 아니고 각 상임위원회별로 제각각 기준이 다르거든요.

어느 당이 집권하든 통상적으로 여당은 증인의 국감 출석을 꺼려합니다. 2016년 국정감사에서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도 미르ㆍK스포츠재단 뇌물수수 의혹과 백남기 농민 사인 문제 등에서 증인 채택을 두고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과 곳곳에서 충돌했죠.

다만 법률상 국감에선 국정과 관계없는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진행 중인 재판 또는 수사 중인 사건에는 관여할 수 없어요.

군사ㆍ외교ㆍ대북관계의 국가기밀에 관한 사항이라 공개되면 국가안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소명하거나 '형사소송법' 제148조, 149조에 해당하면 증언을 거부할 수 있고요.





이은기 인턴기자
박상준 이슈365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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