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개 시민단체, 정부ㆍ택배사 규탄 기자회견
"분류작업 인력 확대ㆍ재발 방지 마련" 촉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택배 물량은 급증했지만, 이 물량을 감당해야 할 택배노동자들이 만성 과로에 시달리며 잇달아 사망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벌써 10명의 택배노동자가 과로 끝에 세상을 떠났지만,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은 여전히 나오지 않고 있다.
참여연대와 민생경제연구소를 비롯한 13개 시민단체는 19일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고(故) 택배노동자 3인 추모 및 대기업 택배사 규탄, 과로사 예방 호소' 기자회견을 열고, 택배노동자 과로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등을 촉구했다.
주최 측에 따르면 올해 6월 택배 물동량은 2억9,341만개로, 지난해 같은 달 보다 7,863만개(36%) 늘었다. 코로나19가 확산된 올해 2월 이후 택배 물동량은 줄곧 지난해 대비 10% 이상 증가한 추세다.
일은 많아졌지만, 택배노동자들의 업무 환경은 오히려 열악해졌다. 실제로 2016년 1명, 2017년 4명, 2018년 3명, 2019년 2명이었던 택배노동자 산업재해 사망자는 올해 10월 19일까지 현재 10명으로 늘었다. 지난해 180명이었던 택배노동자 재해자 수도 올해 상반기에만 129명로 급격히 증가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택배 분류작업 인력을 충원하기로 한 정부와 업계의 대책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인력 확충 등을 검토하겠다던 정부가 인력 충원과 관련한 점검을 제대로 실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과로가 만연한 택배업계 전반에 대한 비판과 함께 정부의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조은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선임간사는 "택배노동자의 연 평균 노동시간은 3,700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평균 노동시간이 길다는 한국 노동자의 2배에 달한다"라며 "업계는 심야배송 중단 약속을 지키고,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택배요금을 인상하는 등 과로사 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전 한진택배 본사 앞에서도 일주일 전 새벽까지 이어진 과로로 세상을 떠난 택배노동자 김모(36)씨의 죽음과 관련, 사측의 안이한 대처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에 따르면 한진택배 동대문지사 신정릉대리점에서 근무했던 김씨는 이달 12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에 한진택배 측은 "김씨가 평소 지병이 있었고 배송량도 200개 내외로 적은 편이었다"며 과로사가 아니었다는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 하지만 대책위에 따르면 김씨는 특별한 지병은 없었고, 복용하는 약도 없었으며, 그가 추석 연휴 전주에 배송한 택배 물량은 하루 300개에 달했다. 한진택배는 업계 1위 CJ대한통운보다 1명이 담당하는 배송 구역이 더 넓기 때문에 한진택배 노동자가 200개를 배송하는 시간은 CJ대한통운 택배기사가 300∼400개 물량을 소화하는 시간과 비슷하다는 게 대책위 측 설명이다.
김씨는 또 법정 공휴일로 휴무가 보장돼야 했던 이달 9일 한글날에도 출근해 배송업무를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숨지기 4일 전인 8일 오전 4시 28분 동료에게 '집에 가면 5시인데 밥 먹고 씻고 바로 터미널 가면 한숨도 못 자고 또 물건 정리(분류작업)를 해야 한다. 너무 힘들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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