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루르, 틀루르(달걀, 달걀)!" "수다(이미 넣었어요)." "사투 라기(하나 더)!" 얼마 전 아내가 자카르타 떡볶이가게에서 목격한 장면이다. 한국인 노인이 윽박지르고 화를 내자 현지인 직원이 마지못해 계란을 하나 더 넣어주는 모습에 오히려 자신이 창피했다고 아내는 부연했다. 사소한 듯한 노인의 행동은 사실 2년 가까이 이 땅에 살면서 수없이 목도한 한국인의 현지인 무시와 하대의 한 사례다. 욕하고 소리지르고 반말하는 그들을 보노라면 같은 한국인인 게 절로 부끄럽다.
현지인을 만나면 한국인의 인상이 어떠냐고 꼭 묻는다. "성실하다"와 "늘 화나 있다"가 정해진 답처럼 묶음으로 돌아온다. 타인을 순박한 웃음으로 맞는 현지인들 보기에 무표정한 한국인의 낯은 '무섭게' 느껴질 법하다. 아름다운 우리말이 넘치는데 '개XX' 같은 욕이 현지인들 뇌리에 박힌 것도 안타깝다. 그럼에도 인도네시아는 한국에 대한 국가이미지 조사(2018년)에서 '긍정한다'는 답이 96%로 세계 1위였을 만큼 한국을 사랑한다. 한류 덕이 클 게다.
인도네시아는 못사는 동남아 국가라는 편협한 인식이 무례한 언행의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값싼 노동력 덕분에 많은 교민과 주재원이 운전기사와 가사도우미를 부리는 고용주가 됐지만 그에 걸맞은 덕목을 갖췄는지 자문해야 한다. 그들은 당신의 일상을 돕는 귀한 존재다. 다행히 "직원들이 저를 먹여 살린다" "직원을 아껴야 저도 아낌 받는다"며 직원들의 한국여행 비용을 대고 가이드까지 자처한 박스회사 사장님 등 현지인들을 살뜰히 챙기는 교민이 훨씬 많다.
인도네시아인 경시는 비단 교민만의 문제는 아니다. "명동 거리에 온통 화난 사람만 있더라" "출입국 직원이 '왜 또 왔냐'고 불친절하게 소리지르더라"는 한 인도네시아 인플루언서의 증언은 우리 모두의 일그러진 자화상이다. 한국을 사랑하고 배우려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줘선 안 된다.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 국가는 우리에겐 소중한 친구요, 동반자다. 상대의 단점을 들춰내고 얕보는 건 진정한 친구의 자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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