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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김종철의 역발상 "저소득층도 세금 더 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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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김종철의 역발상 "저소득층도 세금 더 내자"

입력
2020.10.19 13:15
수정
2020.10.19 14:39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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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대표 취임 열흘, 한국일보 인터뷰]

김종철 정의당 대표가 19일 국회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며 진보정당의 제2세대로서의 역할을 설명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김종철 정의당 대표가 19일 국회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며 진보정당의 제2세대로서의 역할을 설명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복지 확대를 위해 고소득층뿐 아니라 저소득층도 증세에 참여해야 한다.”

김종철(50) 정의당 대표는 지지층의 ‘표’만 의식하는 여의도의 전형적 정치인들과 조금 달랐다. 19일 국회에서 한국일보와 만난 그는 정의당이 부자 증세만 주장할 것이란 편견을 깨고 저소득층까지 포함한 ‘보편적 증세’를 언급했다. 보편적 복지를 위해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이 연대해야 한다는 대담한 구상이다.

174석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비판에도 거침이 없었다. 내년 4월 서울ㆍ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야기한 민주당을 향해 “당헌ㆍ당규 약속대로 후보를 내지 말라”고 각을 세웠다. "민주당이 대단히 보수화됐다"고 성토할 때는 목소리가 한층 커졌다. 지난해 조국 사태 때 정의당의 어정쩡한 태도로 생긴 ‘민주당 2중대’ 프레임과 선을 긋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1970년생ㆍ90학번인 김 대표는 서울대 사회과학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2000년부터 옛 민주노동당에서 활약한 '진보정치 원년멤버'다. 서울 용산구청장(2002년), 서울시장(2006년), 국회의원(2008ㆍ2012ㆍ2014ㆍ2016ㆍ2020년) 선거에 출마해 7차례 낙마했지만 ‘사회적 약자를 위한 세상을 만들겠다’는 신념을 포기하지 않은 ‘독종’, 그러나 모나지 않은 독종이다. 이달 9일 정의당 대표 선거에서 '포스트 심상정'으로 선출돼 능력을 입증할 기회를 기어코 잡았다. 대표 취임 열흘째인 그는 202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중요한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김종철 정의당 대표가 19일 광주 민족민주열사묘역(5·18 구묘역) 을 참배하며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연합뉴스

김종철 정의당 대표가 19일 광주 민족민주열사묘역(5·18 구묘역) 을 참배하며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연합뉴스

_민주당이 국회 권력을 장악했다. 민주당과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할 건가.

“민주당에 읍소하지 않겠다. 정의당이 여론을 움직여 민주당을 압박하겠다. 정의당이 앞장 서 민주당을 밀고 간 '낙태죄 무죄화'처럼 말이다. 물론 민주당의 개혁 세력과는 함께 하자고 할 것이다. 국민을 위해서라면 정의당이 내놓은 의제를 민주당이 가지고 가도 좋다. 민주당을 정의당의 정책 2중대로 만들고 싶다.”

_서울ㆍ부산시장 보궐선거 공천 포기를 민주당에 요구했다.

“민주당의 귀책 사유로 치러지는 선거다. 민주당에 (민주당 잘못으로 실시되는 재보궐 선거엔 공천하지 않는다는) 당헌ㆍ당규를 지키라고 끝까지 요구하겠다. 민주당과 선거연대도 없다. 성폭력 문제를 강하게 비판한 정의당이 (소속 광역단체장이 성추문을 일으킨) 민주당과 손 잡을 수는 없다. 정의당엔 이미 후보군이 있다. 아시아나항공 노조위원장 출신인 권수정(47) 서울시의원, 정재민(39) 서울시당위원장 등 3040세대다. 부산시장 선거는 지역 시민사회와 논의하며 준비하겠다.”

-집권 후반기에 접어든 민주당을 어떻게 평가하나.

“개혁 정책에 책임을 지지 않는다. 논란이 되는 정책은 흐지부지, 유야무야 넘어간다. 대표적인 게 주52시간 노동시간 단축이다. 노동자의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을 보장한다더니, 노동 단축이 가장 절실한 중소기업 노동자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법인세도 대폭 올려 복지를 강화하겠다더니, 찔끔 올렸다. 자신들의 이해관계가 걸린 검찰개혁만 세게 밀어붙인다.”

_민주당이 보수화된 이유는 뭐라고 보나.

“민주당에 엘리트 출신이 많다. 사회적 약자, 가난한 사람들과의 교류는 적다. 우리 사회의 성공한 사람들이 출신 지역ㆍ과거 민주화운동 참가 여부에 따라 민주당과 국민의힘으로 갈리기만 한 느낌이다. 운동권 출신 '정치 386'이 경제적으로 성공한 '경제 386'과 어울리더니 옳고 그름의 기준이 흐트러진 것 같다. 이러니 수십억짜리 부동산을 사서 노후를 마련하는 게 무슨 죄냐는 말이 여권에서 나오는 것이다.”

김종철 정의당 대표가 심상정 전 대표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신임 지도부 취임식에서 사진을 찍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스1

김종철 정의당 대표가 심상정 전 대표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신임 지도부 취임식에서 사진을 찍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스1

-고위공직자의 적격성을 심판하는 기준이었던 '정의당 데스노트'는 유효한가.

“앞으로는 정책 데스노트를 쓰려 한다. 잘못된 정책을 국민에 알리겠다.”

_대표 선거 과정에서 ‘진보의 금기를 깨겠다’고 했다.

"당 대표 선거 과정에서 노동 개혁, 연금 개혁, 공공부문 개혁을 제시했다. 노동 개혁은 노동 유연화, 연금개혁은 공무원연금ㆍ국민연금 통합, 공공부문 개혁은 공공부문 일자리 임금조정으로 연결된다. 노동 개혁은 배달앱 종사자, 택배기사 등 기성 노동형태와 다른 비정규직 보호를 위해 논의해야 한다. 다만 ‘해고 유연화’로 흐르지 않게 실업보험 확대, 산별노조 활성화, 노동이사제 도입, 국가의 재취업 지원 강화, 동일노동 동일임금 적용 등 5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노동조합 등 전통 지지층의 반발은 없을까.

“노동 운동 오래한 분들을 만나 보면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계가 반대한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는 말을 한다. 비정규직이 늘어가는데 자기들 것만 지키겠다는 생각을 그 분들은 하지 않는다.”

_국민의힘과 정책 연대 가능성도 있나.

“낙관적이진 않다. 국민의힘이 실업 보험 확대 등 5가지 전제 조건에 전향적 태도를 보여야 노동개혁 논의가 시작될 수 있다. 과연 그렇게 될 지 이야기하기 조심스럽다. 민주당은 아예 노동 개혁에 입장이 없다.”

김종철 정의당 대표가 지난13일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실을 찾아 이낙연 대표와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종철 정의당 대표가 지난13일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실을 찾아 이낙연 대표와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_청년층이 제기하는 '공정 문제'는 어떻게 받아들이나.

“요즘 젊은 세대는 ‘출발의 기회’만 공정하면 결과의 차이는 수용하겠다는 ‘쿨’한 생각을 하는 듯하다. 하지만 출발 기회를 완전히 공정하게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에 청년들이 ‘결과의 공정’에 더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소득이라는 ‘결과’가 나왔을 때 증세를 해서 재분배를 강화하는 것이다.”

_증세가 보편적으로 필요하다고 보나.

“저소득층도 세금을 조금 더 내야 한다. 저소득층에서 소득세를 아예 내지 않는 비율이 40%에 달한다. 고소득층 증세만으로 복지를 확대하는 구조는 오래 유지될 수 없다. 세금은 사회 연대적 성격이 강하다. 저소득층이 증세에 참여해야 고소득층도 증세에 더 나설 것이다.”

_앞서 언급한 공공부문 개혁 구상은.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리되, 임금을 조정해야 한다. 한국 공공부문 임금은 민간부문의 175%나 된다. 초봉은 낮은데 연공서열에 따라 자동으로 오르는 구조다. 연공서열에 따른 호봉제를 직무와 능력 중심의 직무급제로 전환해야 한다. 기성 공공부문 노동자의 임금을 조정하기 어렵다면, 새로 진입하는 노동자부터 직무급제를 적용할 수 있다.”

1990년대생인 류호정, 장혜영 정의당 의원. 뉴스1 뉴시스

1990년대생인 류호정, 장혜영 정의당 의원. 뉴스1 뉴시스

_정의당의 대선 전략은.

“심상정 전 대표, 이정미ㆍ윤소하 전 원내대표 등 여러 후보가 있다. 저도 대선 후보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 정의당에 선수가 한 명인 줄 알았더니 여러 명이라는 것을 보여주겠다.”

_당의 세대교체는 어떻게 해 나갈 것인가.

"류호정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삼성전자 임원의 국회 무단출입과 삼성의 중소기업 기술탈취 문제를 제기했고, 장혜영 의원도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적극 활동 하고 있다. 1990년대생인 두 의원이 '정의당의 젊은 국회의원을 다시봐야 한다'고 민심에 각인시켰다. 여성 의제 뿐 아니라 노동, 복지, 국가재정 분야에서 진보 목소리를 내는 역할을 두 의원에게 드리고 싶다. 정의당에서 정치를 하는 것이 '청년층이 꼭 해보고 싶은 일'이라는 인식을 만들어 가겠다."



김성환 기자
정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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