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잇단 강공이 시위 확산 유도
태국 반(反)정부 시위가 정부의 잇단 강공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확산되고 있다. 비상조치 발동, 물대포 진압에 이어 대중교통 폐쇄로 시위대 발까지 묶으려 했으나 나흘째 시위를 막지 못했고 시위 장소를 분산시키는 역효과만 낳았다. 현지 매체는 "공권력의 계속된 실패"라고 꼬집었다.
18일 방콕포스트 등에 따르면 태국 정부는 전날 시위를 막기 위해 집회 예정 장소에 경력을 배치해 원천봉쇄하고 낮 12시30분부터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순차적으로 폐쇄했다. 이에 시위 주최 측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도심 외곽 3곳을 새로운 집회 장소로 공지했고, 1시간 가량 지나자 오토바이ㆍ툭툭ㆍ택시 등을 타거나 직접 걸어온 시위대가 해당 장소들에 모였다. 집회 참석 인원은 경찰 추산 2만명으로 지난 집회보다 되레 두 배 가량 늘어났다. 전국 17개 주(州)에서 산발적인 연대 집회가 열렸다.
다행히 양측의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경찰은 물대포를 대동하고 현장에 뒤늦게 나타났으나 실제로 사용하지는 않았다. "5명 이상 집회 금지령에 따라 즉각 체포도 가능했으나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고 방콕포스트는 전했다. 한 시위대는 "당장 큰 일을 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할 수 있다는 걸 외부에 보여주고 싶었다"고 AP통신에 말했다. 오후 8시쯤 시위대는 자진 해산했다.
태국의 반정부 시위는 7월부터 시작됐으나 한동안 잠잠하다 최근 다시 불붙었다. 정권 퇴진과 왕실 개혁 주장에 빈부 격차, 경제 불안, 밀레니얼 세대의 분노 등이 복합적으로 더해지는 분위기다. 다급해진 태국 정부는 15일 5인 이상 집회 금지, 국가 안보에 악영향을 미칠 보도 및 온라인 메시지 금지, 당국의 지정 장소 접근 금지 등 긴급 칙령을 발표했으나 반정부 열기에 기름을 끼얹은 꼴이 됐다. 16일 집회에선 물대포까지 동원했으나 17일엔 더 많은 장소에서 더 많은 인원이 시위를 벌였다. 태국 정부는 "시위 상황에 따라 야간 통행금지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현지 소식통은 한국일보에 "현 국왕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만 작고한 전 국왕에 대한 존경이 여전히 살아 있어 왕실 개혁 요구가 실현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최근 시위 양상은 양측이 충돌을 최소화하면 최악의 사태를 막으려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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