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안전 불감증’ 배구장… 경기장 안에 ‘들것’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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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안전 불감증’ 배구장… 경기장 안에 ‘들것’이 없었다

입력
2020.10.19 00:15
수정
2020.10.19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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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영 쓰러진 후 1분 10초 만에 들것 등장

인삼공사 센터 정호영이 무릎 부상을 입고 코트에서 실려 나가고 있다. KOVO 제공.


여자 프로배구 경기 중 선수가 심각한 부상을 입었는데도 발 빠른 후송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부상 선수 후송을 위한 ‘들것’이 경기장 내부가 아닌, 경기장 밖 구급차에 실려 있어 이를 가져오는데 시간이 걸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의 상황은 18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진행된 2020~21 V리그 여자부 인삼공사와 기업은행의 경기 중 발생했다.

4세트 중반 기업은행이 18-13으로 앞서고 있었다. 기업은행 라자레바가 서브를 넣었고 인삼공사가 리시브 후 세터 염혜선과 센터 정호영이 속공 플레이를 했다. 하지만 정호영은 속공 후 착지하는 과정에서 왼쪽 무릎이 안쪽으로 완전히 꺾이면서 코트에 쓰러졌다. 누가 봐도 큰 부상이 예상되는 장면이었다.

실제로 정호영은 왼쪽 무릎을 부여잡은 채 코트에 누워 일어나지 못하고 고통스러워하는 신음을 냈다. 이 상황을 목격한 이주필 부심은 선수 보호 차원에서 ‘경기 중단’(리플레이)을 선언했고, 정호영의 상태를 살핀 뒤 의료진에 ‘들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밖에서 대기 중이어야 할 의료진은 한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후 1분 10초가 지난 후에야 응급구조사가 경호ㆍ보안요원 4명과 함께 들것을 가져왔다. 그리고 정호영이 체육관 밖으로 실려 나갈 때까지 무려 3분이 넘게 걸렸다. 특히 들것에 실리는 과정에서 정호영은 더 큰 소리로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처럼 후송이 늦어진 것은 경기장 안에 있어야 할 들것이 경기장 밖 구급차에 실려 있었기 때문으로 드러났다. 부상 선수가 발생하자 뒤늦게 응급구조사와 경호 요원이 구급차까지 다녀오느라 시간이 소요된 것이다. 또 의사와 간호사는 없었고 응급구조사만 현장에 있었다. 정호영은 인근 대전 성모병원으로 후송돼 부상 상태를 점검 중이다. 이영택 인삼공사 감독은 경기 후 “검진을 받아봐야겠지만 좋지 않은 상황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한국배구연맹(KOVO)에 따르면 경기장에는 의사나 간호사, 혹은 응급구조사가 현장에 배치돼 있어야 한다. 또 부상 선수가 발생하면 의료진 혹은 구단 트레이너가 투입돼 부상의 경중을 판단, 들것이 필요한지 여부를 따져 경호팀의 협조를 받아 코트 외부로 이동해 병원 후송 여부를 판단한다. KOVO 관계자는 “들것이 현장에 있었다면 후송 시간을 조금 더 줄였을 것”이라며 “준비 절차상 잘못된 부분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프로 경기에서 부상 선수 후송 시스템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프로야구 롯데의 고(故) 임수혁은 지난 2000년 4월 잠실 LG전에서 2루 주자로 서 있다가 갑자기 의식을 잃은 채 쓰러졌다. 하지만 발빠른 현장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프로축구에서도 2011년 신영록이 경기 도중 부정맥으로 갑자기 쓰러졌지만 다행히 즉각적인 응급조치로 의식을 회복할 수 있었다. 당장 지난 6월에도 프로야구 SK의 염경엽 감독이 경기 중 쓰러져 후송되는 등 긴급 후송 사례가 적지 않다. 프로배구 역시 선수 및 관계자들의 보호 차원에서 더 확실한 응급 후송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

강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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