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나 마린 총리, 노출 패션 화보 논란 일자
지지자들 '나는 산나와 함께다' 해시태그
여성 외모 논쟁 의식, 평등 메시지 노림수
산나 마린(34) 핀란드 총리가 최근 패션 화보에서 상의 속옷을 탈의한 채 재킷만 입은 모습으로 등장해 논란이 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총리로서 부적절한 차림"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가부장적인 사회문화를 타파하는 용기있는 여성의 행동"이라며 이를 지지하는 해시태그 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다.
1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등에 따르면 마린 총리는 핀란드 패션 잡지 '트렌디'의 10월호 표지 모델로 선정됐다. 그는 화보 사진에서 깊게 파인 재킷에 목걸이만 걸친 채 카메라 앞에 섰다. 마린 총리의 화보에서 선보인 패션은 가슴골을 강조하기 위해 연출하는 클리비지(가슴골) 룩이다. 트렌디는 사진 설명에서 "마린 총리가 인플루언서(영향력이 큰 유명 인사)로 변화를 이끄는 선도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다고 밝혔다.
사진이 공개된 이후 의상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자 총리 지지자를 중심으로 동조 움직임이 확산했다. 젊은 여성 정치 지도자라는 이유로 마린 총리가 성차별적 공격을 받고 있다며 엄호에 나선 것이다.
여성 지지자들은 SNS에 V모양으로 깊게 파인 옷을 입거나 마린 총리처럼 재킷만 걸친 사진을 올리며 '나는 산나와 함께다'(I'm with Sanna)라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일부 남성 지지자들도 총리와 유사한 옷차림으로 사진을 찍어 올리기도 했다.
트렌디에 따르면 마린 총리는 "여성의 외모가 항상 논쟁의 대상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고, 총리로서 항상 같은 옷을 입으려고 노력한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화보 의상은 그간 총리가 보여줬던 정적인 의상과는 거리감이 있다는 게 사실이다.
다만 총리가 이 같은 화보를 찍은 것은 단순히 논란을 유발하는 것이 아닌, 성평등 메시지를 주거나 여성에 대한 지나친 엄숙주의를 타파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마린 총리가 평소 성평등을 강조해 온 인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아누 코이부넨 탐페레대 젠더학 교수는 핀란드 국영방송 YLE과 인터뷰에서 "총리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을 담은 사진"이라며 "총리는 옷차림에 대해 충분히 인지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총리가 특정한 메시지를 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논란이 된 화보 의상을 입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 마린 총리는 성소수자 어머니를 둔 배경의 영향으로 여성 인권과 성평등 문제 등에 대해 관심을 가져왔다. 지난달 핀란드 수도 헬싱키에서 열린 성소수자 인권ㆍ문화 축제 '헬싱키 프라이드'에 공식 후원자로 나서섰다. 그는 당시 성명에서 "우리는 평등과 비차별을 지원하기 위해 입법과 구조를 폭넓게 개선할 것"이라며 "모든 사람은 좋은, 존엄한 삶에 대한 권리를 갖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또 과거 영국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도 "나에게 인권과 평등이라는 도덕적 개념은 의문의 여지가 없는 기초가 됐고 우리 사회가 국민과 인권을 보는 방식에 영향을 주고 싶어 정치를 하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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