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곡 쿠팡 물류센터 비정규직 노동자,
야간 물류작업 후 자택서 사망
유족 "평소 지병 없어...과로사" 주장
쿠팡 "고인, 최근 3개월 주43시간 근무" 해명
쿠팡 물류센터에서 야간 물류작업을 하던 20대 비정규직 노동자가 퇴근 후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유족들은 그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작업량이 늘어나면서 고된 노동에 시달려 왔다고 주장하며 쿠팡 측에 사과와 재발방지를 요구하고 있다.
16일 '쿠팡발 코로나19 피해자 지원대책위원회' 등에 따르면 경북 칠곡 쿠팡 물류센터에서 근무하던 장모(27)씨가 지난 12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8일 CJ대한통운 소속 택배기사 김원중씨가 과로로 사망한 지 4일 만이다. 장씨의 사인은 ‘원인 불명 내인성 급사’다. 유족들은 평소 지병이 없던 그가 과로로 숨졌다고 보고 있다.
대책위에 따르면 장씨는 쿠팡 물류센터에서 1년 넘게 야간 물류작업을 해왔다. 하루 근무시간은 오후 7시부터 다음날 오전 4시까지 총 9시간. 그러나 업무량이 많으면 1~2시간 남짓 추가 근무가 이어졌고, 최근 물량이 늘어나면서 고인의 업무강도도 높아졌다고 한다.
최영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대구ㆍ경남본부 사무국장은“코로나19 사태로 물량이 대폭 늘어나 작업량도 급격히 늘었음에도 인력은 늘어나지 않은 채 기존 노동자들이 작업을 계속해왔다"며 "최근까지도 고인은 일이 너무 힘들어 인력을 충원해주거나 근무 장소를 변경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쿠팡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장씨의 유족은 “아들이 일하고 돌아오면 만보기에 기록된 걸음이 무려 5만보에 달했다”며 “그래도 1년만 더 일하면 정규직에 도전할 수 있다며 열심히 일했는데, 살인적 노동이 아들을 죽인 것”이라고 말했다.
대책위는 이번 사고의 원인에 대해 코로나19로 물류량이 늘어나 업무가 증가한 상황에서 쿠팡이 도입한 ‘시간당 생산량(UPHㆍUnit per hour)’ 기준 등 노동자를 옥죄는 제도를 꼽고 있다. 대책위의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 인권실태조사’에 따르면 쿠팡은 검수ㆍ집품ㆍ포장ㆍ분류ㆍ상차 등 모든 공정에서 개인별 작업에 대한 UPH를 측정하고, 10분간 UPH가 ‘멈춤’일 경우 해당 노동자에게 통보한다. 쿠팡 측이 UPH를 식사시간은 물론 쉬는 시간에도 측정하기 때문에 일부 노동자는 밥을 거르기 일쑤인 데다, 높은 노동강도를 피해기 위해 계약직 대신 일용직을 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유족들은 쿠팡이 고인의 과로사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하며, 고용노동부가 사건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책위는 “정부가 택배산업 작업현장 전반에 대한 근로감독관 전수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사측은 유족과 대책위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쿠팡 측은 이날 해명자료를 내고 "대책위의 주장과 달리 고인은 비닐과 빈 종이박스를 공급하는 포장 지원업무를 담당했다"며 "고인의 야간 근로는 쿠팡이 강요한 것이 아니라 단기직 근로자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며, 고인은 최근 3개월간 주당 평균 43시간을 근무했다"고 밝혔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