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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따옴표 기사 시대의 살풍경 ... 조정래 '친일파'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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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따옴표 기사 시대의 살풍경 ... 조정래 '친일파' 논란

입력
2020.10.1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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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 작가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 문학의 거대한 산맥 조정래 작가 등단 50주년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조정래 작가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 문학의 거대한 산맥 조정래 작가 등단 50주년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한 주간 온라인 공간을 가장 뜨겁게 달군 한 문장은 “일본에 유학을 갔다 오면 무조건 다 친일파”라던 조정래 작가의 발언이었다. 지난 12일 조 작가의 등단 50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자리에서 나온 이 발언을 두고 며칠간 무수한 ‘덧붙임 의견’들이 쏟아졌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정도면 ‘광기’라고 해야 한다”며 비판했고, 이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조 작가가 “진중권씨는 전화 한 통 없이 아주 경박하게 무례와 불경을 저지르고 있다”고 다시 반박하면서 ‘친일파’ 발언은 난타전으로 이어졌다. 여기다 조 작가가 특정 언론사들이 의도적으로 “토착왜구라고 불리는 이들”이란 주어를 빼고 모든 일본 유학생이 친일파인 것처럼 왜곡했다고 지적하면서, 이 싸움은 정파적 싸움으로 번졌다.


진중권 전 동양대학교 교수가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최인아책방에서 열린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조국흑서) 저자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진중권 전 동양대학교 교수가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최인아책방에서 열린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조국흑서) 저자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이날 간담회 녹음을 다시 들어봤다. 한 기자가 물었다. "역사적 사실에 대한 충실성이 독자들이 오독하지 않도록 소설에 얼마나 투영돼 있는가? 이승만학당 이사장이 ‘반일 종족주의’에서 이를 지적하기도 했는데”라고. 알려졌다시피 이승만학당 이사장은 뉴라이트, 식민지근대화론자라 불리는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다. 이 전 교수는 조 작가를 저격해왔고, 조 작가는 그런 이 전 교수를 비판해왔다.

감정이 좋을 리 없다. 그 질문에 조 작가는 대뜸 “이영훈은 한마디로 신종 매국노이자 민족반역자”라며 “그의 말은 다 거짓”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반민특위는 반드시 민족정기를 위해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 부활시키고” “토착왜구라고 부르는, 일본에 유학을 갔다 오면 무조건 친일파가 된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이 발언을 듣는 순간 “아, 망했구나”는 생각부터 들었다. 등단 50주년 기념 개정판과 새 산문집 홍보를 위해 이날 간담회를 공들여 준비했을 출판사 직원들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는 게 보였다. 앞서 한 시간 가량 풀어놓은 노 작가의 문학론은 송두리째 지워진 채, 단 하나의 자극적 문장이 모든 포털 사이트를 도배할 것은 불 보듯 뻔했고, 모든 것은 예상대로였다.


조정래 작가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 문학의 거대한 산맥 조정래 작가 등단 50주년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조정래 작가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 문학의 거대한 산맥 조정래 작가 등단 50주년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물론 조 작가의 발언에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다. 비록 이런저런 논란을 겪은 상대방에 대한 도발적 질문이라 해도 조 작가 정도 되는 '어른'이라면 좀 더 정교한, 정제된 표현을 내놓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간 논쟁을 안다면, 다소 감정적이고 격양됐을 그 말들을 거르지 않고 쌍따옴표 안에 넣어 그대로 내는 게, 과연 현장과 사실에 충실한 태도였을까.

어쩌면 때 아닌 친일파 공방은 조회수와 댓글 양으로 기사의 질을 판단하는, 디지털 시대의 풍경 아닐까. 무수한 쌍따옴표 제목 시대, 씁쓸함만 남는다.

한소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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