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안쓰거나 허술한 출입명부 작성 사례
"손님 기분 상할라" 업주들도 통제하기 어려워
“가뜩이나 장사도 안 되는데, 어렵게 오신 손님 기분 상할 일을 해서 뭐해요. 그냥 대표로 한 분만 수기로 (출입명부를) 작성하게 하고 있어요.”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인근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A씨는 점심시간에 모처럼 많이 찾아온 손님을 안내하느라 분주했다. 식당 안으로 들어간 손님들은 A씨가 안내한 자리로 이동했고, 일행 중 한 명만 카운터에 비치된 수기 명부에 이름을 적었다. 이용자들 모두 출입명부를 작성해야 하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A씨는 “손님들이 귀찮아하고 힘들어하니 한 명만 명부를 쓴다”면서 “여기 주변 식당은 다들 그렇게 한다”고 성을 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에서 1단계로 내려간 지 엿새째인 16일, 서울 시내 식당과 카페 등 각종 영업점에서 ‘방심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다. 코로나19 재확산 우려에 최근 정부가 국민들에게 ‘긴장을 늦추지 말라’고 요청했음에도, 50일 만에 이뤄진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하향 조정 이후 방역수칙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는 모습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15일 한국일보 기자들이 서울 도심 음식점과 카페, 노래방 등을 둘러본 결과, 많은 영업점에서 방역당국의 방역 지침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이날 오후 1시쯤, 서울 관악구 서울대입구역 인근(일명 샤로수길) 7곳의 식당, 카페를 확인한 결과, 손님들은 음식과 음료 섭취 때를 제외하곤 마스크 착용이 의무임에도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한 카페에서는 30명 중 20명이 마스크를 벗은 상태로 수십분간 대화에 열중하는 모습이었다. 그나마 마스크를 쓴 사람들도 턱에 걸치는 형태로 대화를 이어갔다. 근처 8명만 앉을 수 있는 디저트 카페도 문을 닫고 환기를 하지 않은 상태로 영업을 하고 있었다. 관악구 양식당에서 일하는 B(35)씨는 “거리두기 단계가 1단계로 낮춰진 뒤, 손님들이 마스크를 잘 안 쓰고 있다”면서 “직원들 역시 이전 보다는 방역지침 준수에 대해 크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출입명부 역시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 동대문구에 있는 규모 150평의 식당에서는 15명으로 이뤄진 단체손님 중 한 명만 수기 명부를 작성했다. 회기역 앞에서 고깃집을 하는 식당주인 C씨는 “이 곳을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노인들”이라며 “젊은 사람들은 전자출입명부(QR코드)에 익숙하지만, 어르신들은 익숙지 않아 사실상 출입명부 관리를 제대로 할 수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카페ㆍ음식점과 달리 장례식장은 방역지침을 철저히 준수하고 있었다. 장례식장에 들어갈 때 QR코드 인증은 물론 밥을 먹을 때도 일정 거리를 유지하는 형태로 자리 배치가 이뤄졌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낮을수록 시민들의 자율적 방역수칙 준수가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조성일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만 하향하고 정부의 방역지침을 준수하지 않으면 코로나19 재확산은 확실하다”면서 “단계를 낮춘 만큼 사업장 관리자들과 이용자들 모두 방역지침 준수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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