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두 번이나 차지한 잭 니콜슨은 공교롭게도 두 편 모두 정신질환을 테마로 한 영화로 수상하였다.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As good as it gets)'에서 멜빈(잭 니콜슨)은 자신을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들어 준 캐롤(헬렌 헌터)의 도움으로 강박증세가 호전되고 로맨스에도 성공하게 된다.
'강박장애'란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어떤 생각이 반복적으로 드는 것을 통제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불안장애의 일종이다. 강박적 사고가 유발하는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 특이한 행동을 반복적으로 하는 것이 방어기제인 셈이다. 영화에서는 좋은 사람으로 보이기 위한 노력을 통해 반복적 행동들을 극복하지만, 실제로는 증상들이 그렇게 쉽게 호전되지 않으며 다양한 치료에도 불구하고 예후가 나쁜 경우도 흔하다.
'연예인병'으로 알려져 있는 '공황장애' 역시 불안장애인데 다양한 신체증상을 보이는 공황발작과 예기불안으로 인한 인지적인 증상이 주요 특징이다. '패닉(panic)'은 비교적 짧은 순간 극도의 불안과 공포를 느끼는 것으로 정의하며, 이 단어는 '숲의 신'인 '판(pan)'에서 기원했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숲을 통과해야만 했던 사람들에게 '판'이란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는 두려움의 대상이었기 때문에 예기치 않은 공포를 묘사하는 용어의 어원이 된 것이다.
불안은 다가오는 위험을 감지하는 경고 신호로서 지극히 정상적인 정서반응이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경보장치에 비유할 수 있다. 불안을 잘 느끼지 못하는 개체일수록 위험한 상황에 노출될 기회가 더 많아지고, 생존할 가능성도 그만큼 떨어지게 된다. 심리치료사인 크리스 코트먼은 "불안은 자신의 인생을 더 나아지게 만드는 에너지이며 적절한 불안은 삶에 있어서 긍정적인 자극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우리의 뇌가 위험신호에 대하여 지나치게 민감해지거나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위험을 위기로 인식하는 경우에는 교감신경이 흥분되면서 불필요한 신체반응을 유발하는 불안장애로 발전하게 된다. 불안장애를 앓는 사람들은 과도한 긴장감으로 인한 심리적 고통과 신체적 불편함으로 인해 늘 인생이 불행하다고 느끼게 된다.
알랭 드 보통은 그의 저서 '불안(Status anxiety)'에서 자신이 서 있는 위치, 즉 지위에 대한 불안정한 마음 상태가 불안을 만든다고 했다. 또 우리가 사다리에서 차지하는 위치에 그렇게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어떻게 보느냐가 자아상(self-status)을 결정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시 말하면 세상을 살면서 남들에게 사랑받지 못할까, 혹은 무시당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은 모두 인간의 욕망에서 파생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행복감은 불안이 해소되면서 느끼는 것이 아니라 불안에 지배되지 않을 때 비로소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중국의 철학자 노자는 "우울한 사람은 과거에 사는 것이고 불안한 사람은 미래에 사는 것이며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현재에 충실해야 한다"고 했다. 일어날 가능성이 낮은 미래의 불안에 얽매이지 않고 지금 현재의 삶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진정한 행복으로 가는 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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