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단풍의 계절이다. 전국 산지와 거리 곳곳이 울긋불긋하게 물드는 우리나라의 단풍도 아름답지만, 단풍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나라가 바로 캐나다이다. 국기에 그려진 단풍잎 때문에 ‘단풍국’으로도 불리는 캐나다에는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단풍 명소들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동부 지역의 주요 도시들을 아우르는 ‘메이플로드’는 단풍여행의 성지로 불릴 만큼 화려한 풍광을 자랑한다.
그런데 수려한 자연경관 덕분에 전 세계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단풍국으로 최근에는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우버, 엔비디아, 삼성전자, LG전자 등 수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몰려들고 있다. 캐나다의 실리콘밸리인 ‘메이플밸리’로 불리는 토론토를 비롯해 밴쿠버, 몬트리올, 에드먼턴이 AI 연구의 4대 성지이자 첨단 기술의 메카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캐나다가 이처럼 AI의 거점으로 촉망받게 된 비결은 무엇일까? 먼저, 국가 차원의 선제적이고 장기적인 기초연구 투자 및 인재양성 정책이 주효했다. 1980년대부터 지속된 정부의 전폭적인 후원으로 토론토대를 비롯한 주요 대학들이 제프리 힌튼 교수 등 다수의 AI 최고 석학들을 배출하였으며, 이들을 중심으로 풍부한 연구 인력과 다양한 스타트업 기업들이 양산되는 선순환 생태계가 자리 잡게 되었다. 캐나다가 전 세계에서 성인 인구당 스타트업 활동 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도 이 같은 생태계가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캐나다 정부는 지난 2017년 세계 최초로 범국가적 AI 전략을 수립하고, 내부역량 강화는 물론, 해외인재 및 글로벌기업 유치를 위한 파격적인 규제혁신을 단행했다. 기업의 R&D 투자액의 50~60%를 세제 혜택으로 제공하고 상업화 기술에 대한 포괄적인 규제 완화를 시행하는 한편, 외국인 기술인력에 대한 취업비자 절차를 최소화하고 이민정책을 완화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대학과 연구소 및 각 산업분야의 기업들이 유기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 네트워킹 시스템을 구축하고 도시 단위의 혁신 클러스터를 활성화하였다. 그 결과 캐나다는 이제 풍부한 천연자원과 천혜의 경관자원을 넘어, AI 연구 인프라와 첨단 지식자원이 축적된 미래자원의 땅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지난해 말 우리 정부도 ‘AI 국가전략’을 발표하고 각 정부 부처마다 AI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보여 주기에 급급한 졸속정책과 흉내내기에 그치는 탁상행정이라는 비난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디지털 뉴딜’의 일환으로 AI 투자확대와 상생강화를 외치고 있지만, 균형발전이라는 미명하에 투자지원은 나눠먹기로 전락하고 산학협력은 생색내기에 그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것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와 같은 AI 인력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AI 인력부족률은 이미 60%를 넘어섰는데, 국내 박사학위 취득자의 20%가량은 미국과 캐나다 등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토론토나 밴쿠버, 몬트리올 등이 다이내믹한 AI 생태계와 매력적인 생활환경, 그리고 다인종 사회문화를 앞세워 글로벌 AI 인재들을 빨아들이고 있는 것과 상반된다. 전 세계적인 AI인재 품귀현상은 그만큼 그들에게 더 많은 선택지를 준다. 정부가 엄청난 예산을 들여 우후죽순으로 추진 중인 AI 인재양성 정책들이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단풍국 캐나다의 비결을 보다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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