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새 정부 구성에 동의하고도 즉각 퇴진 요구 직면
"내 권력이 사회적 합의ㆍ단합보다 중요하지 않아"
총선 부정 의혹으로 촉발된 정국 혼란이 열흘 넘게 이어져 온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의 소론바이 제엔베코프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자진 사퇴를 선언했다.
그는 이날 대통령궁 성명을 통해 “내가 계속 권력을 잡는 것이 키르기스스탄의 단합과 사회적 합의만큼 중요하지 않다"며 “나에게 있어 키르기스스탄의 평화와 국가의 통합, 국민들의 단합, 사회의 평온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제엔베코프는 전날부터 이날 아침까지 야권 대표인 좌파로프 신임 총리와 사퇴 문제를 논의했다. 좌파로프는 '국민의 요구'를 내세워 제엔베코프의 즉각적인 사퇴를 요구했지만, 제엔베코프는 곧바로 사퇴할 경우 예측 불가능한 혼란 사태가 촉발될 수 있다면서 총선 재선거를 치르고 새 대선 일정을 잡고 난 뒤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이에 대해 그는 "현재 상황이 시위대와 사법기관이 서로 마주 보고 달리며 충돌하는 형국"이라며 "군대와 사법기관은 (대통령) 관저 보호를 위해 무기를 사용해야만 하는데 그렇게 되면 유혈이 불가피할 것"이라면서 사퇴 이유를 부연했다.
제엔베코프가 자진 사임하면서 대통령 권한 대행은 헌법에 따라 카나트벡 이사예프 의회 의장에게로 넘어가게 됐다. 하지만 이사예프 의장이 고사 의사를 밝혀 좌파로프 총리가 대통령 권한 대행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의회는 16일 제엔베코프 대통령 사임안을 승인하고 대통령 권한 대행을 확정할 예정이다.
제엔베코프는 지난 2017년 10월 대선에서 승리해 키르기스스탄 제5대 대통령이 됐지만 지난 4일 총선 이후 대규모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되면서 야권의 선거 불복 시위가 이어진 가운데 사퇴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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