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8> 마음에 남는 세계의 시장 여행
아침부터 맥을 못 출 때, 떠나지 못해 몸이 근질근질할 때, 이 높은 가을 하늘 아래 집 안에서 옆구리가 허전할 때, 보기만 해도 삶의 활기가 느껴지는 인상 깊었던 세계의 시장을 들춰 본다.
영화 '노팅힐'의 추억...런던의 포토벨로 마켓(Portobello Market)
주말마다 신세계가 펼쳐진다는 전설 아닌 전설을 간직한 곳, 바로 포토벨로 마켓의 앤티크 시장이다. 스타일을 중요시하는 런던에서 빈티지한 감각을 송두리째 펼쳐 보인다. 파스텔톤 주택가와 게릴라처럼 거리를 점거해 패션과 생활소품 등을 펼쳐놓은, 우주에서 구해 온 것으로 의심되는 보따리장수의 행진이 끝이 없다. 체류 시간이 하염없이 늘어진다. 앤티크 접시 하나를 들었다 하면 주인의 ‘네버엔딩 스토리’를 듣느라 말뚝을 받아야 할 지경. 단순히 물건이 아니라 그 가치를 판다. 여기에 거리의 악사와 마임 공연까지 합세, 빈티지 시장을 미학의 경지로 끌어올린다.
여기가 내 부엌이로세...바르셀로나의 라 보케리아(La Boqueria)
시장에 들어서기 전부터 흥은 충전되었다. 람블라 거리에서 펼쳐지는 마임의 감동을 간직한 채 슬쩍 한눈을 팔면 바로 시장 입구다. 철제 지붕 아래로 들어서면서 눈이 360도 돌아간다. 어느 상점 하나 나무랄 데 없이 전시의 대가다. 초리조도, 올리브도, 과일도, 빵조차도 모두 적재적소에 놓였다. 균형감이랄까. 눈요기를 실컷 하고 빈손으로 나갈까 싶지만, 타파스(Tapasㆍ한입에 털어 넣을 만한 작은 음식) 바 한 켠에 이미 자리 잡은 자신을 발견하고 만다. 싱싱한 해산물이 잘 생긴 요리사의 능숙한 손놀림에 지글지글 굽히고, 접시가 척척 코앞에 놓인다. 오늘 여기서 살아 버릴까.
네 안목을 부탁해...로마의 포르타 포르테제(Porta Portese)
유럽에서 동남아시아의 향기가? 분위기를 말하는 게 아니다. 1,300원가량 되는 1유로를 500원쯤으로 여겨야 맘이 편해지는 이탈리아에서 유난히 물가가 저렴한 곳이다. 1유로에 드레스도 건질 기회의 땅이다. 장갑 같은 액세서리부터 번듯한 아우터까지 패션 아이템이 주를 이룬다. 다리가 저릴 때쯤 각종 잡화나 생활용품이 또 한 차례 시작된다. 다만, 산처럼 쌓인 옷 무더기 속에서 보물을 발견하려면 팔 근육과 어느 정도의 패션 안목이 필요하다. 감각 있는 친구와 함께 가면 더욱 좋다. 집에 돌아와 쓰레기를 수거해 온 게 아닌지 반성할 수 있다. 세상엔 공짜가 없는 모양.
여기서 좀 쉬어도 되겠니? 이스탄불의 오르타쿄이(Ortakoy) 시장
심심하면 '세계의 ○○관광지'로 선정되는 이스탄불의 ‘그랜드 바자르’. 과잉 친절을 탑재한 상인을 비롯해 쌓기 대회에서 1등 감인 물건에 압도당한 채 거대한 인파의 홍수에 떠밀린다. 이 구시가지의 미로에서 신시가지로 건너가면 바닷바람을 끼고 있는 오르타쿄이 자미(사원) 옆에 시장이 있다. 상인의 안목이 꽤 높다. 입에 따발총을 단 터키인답지 않게(?) 정중하다. 아이템마다 ‘터키다움’을 잃지 않아 주머니가 저절로 스르르 열리기 일쑤. 귀국해서도 노래를 부르는 쿰피르(구운 감자 요리)를 한 입 베어 물고 보스포러스 해협의 망망대해를 바라보는 낭만은 이곳의 부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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