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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운동 이전으로 퇴행" 서울시 '박원순 성추행 의혹' 국감 안팎에서 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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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운동 이전으로 퇴행" 서울시 '박원순 성추행 의혹' 국감 안팎에서 질타

입력
2020.10.15 18:18
수정
2020.10.15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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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이 15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서울시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이 15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서울시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박원순 성추행 의혹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가 없다. 서울시라는 거대한 조직이 피해자를 이상한 사람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서범수 국민의힘 의원)

"전직 비서실장들이 공개적으로 피해자를 비난하는 등 미투 운동 이전으로 퇴행했다."(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공동행동)

서울시가 국정감사가 이뤄진 15일 고 박원순 시장 성추행 의혹 관련 부실한 사후 대처로 국회와 시민단체로부터 잇따라 비판을 받았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여야 의원들은 이날 시청에서 열린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서울시 성폭력 및 성추행 대응 관련 매뉴얼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을 한목소리로 질타했다.

"왜 최고권력자 앞에서 매뉴엘은 작동하지 않았나 반성해야"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에게 "서울시가 성희롱ㆍ성폭력 방지 매뉴얼을 만들었지만 왜 소용이 없었는지 최고 권력자 앞에서는 왜 작동을 멈췄는지 뼈아픈 반성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시 매뉴얼엔 관리자가 성희롱 가해자의 행위를 옹호ㆍ대변하지 않도록 적시돼 있는데,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 피해자의 경우 상급자와 동료들이 매뉴얼과 다른 행동을 해 문제를 키웠다는 게 이 의원의 주장이다.

시장 비서 업무 매뉴얼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 의원이 "비서 직무에 관한 매뉴얼이 있냐"고 묻자, 서 권한대행은 "따로 없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피해자는 설날과 추석을 앞두고 공관에서 먹을 명절 음식을 구입하고, 시장의 혈압 체크를 했다"며 "공적 업무를 벗어난 부당한 업무지시로 공적 업무와 사적 업무를 구분하지 않은 데서 성차별적 업무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를 두고 시는 업무 행동 강령 위반에 대해 국민권익위원회에 유권 해석을 의뢰한 상황이다.

피해자는 2016년 1월부터 2019년 7월까지 비서실에 일하면서 꾸준히 인사이동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은 서 권한대행이 비서실장으로 근무하던 시기와 겹친다. 서 권한대행은 "2016년 6월까지 비서실장을 맡았는데 인사 이동 요청은 없었다"고 말했다. 서 권한대행은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에 대해서도 "당시엔 몰랐다"고 말했다. 서 권한대행의 '몰랐다'는 답변에 이명수 국민의힘 의원은 "몰랐다면 업무 소홀"이라고 지적했다. "인사과에서 비서를 추천해 채용됐다고 했는데 누가 추천했냐"는 질문에 서 권한대행은 "인사과 직원선인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서 의원은 "전체적으로 박 전 시장 성추행 관련 서울시의 대응이 부실하다"며 "자체조사단은 무산되고 그 이후에 진상규명 위해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무엇을 했냐"고 질책했다. 같은당 박완수 의원도 "서울시 성추행 비위 사건이 2013년 이후 56건이 발생했고, 올해는 8월까지 15건"이라며 시의 성비위 관련 부실한 관리를 꼬집었다.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 관련 질의는 이뤄졌지만, 의원들의 질의는 예상보다 양적으로 적었고, 날카롭지 못했다. 서 권한대행은 "2차 가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피해자가) 조직에 하루빨리 돌아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공동행동이 15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인근 서울도서관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양승준 기자

박원순 전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공동행동이 15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인근 서울도서관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양승준 기자


"포기하지 않고 꿋꿋하게 진실규명" 시민사회의 연대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 관련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고민과 조직 변화 요구는 같으 날 국감장 밖, 서울도서관에서 연 시민사회 기자회견에서 더 치열하게 이뤄졌다.

한국여성민우회 등 전국 288개 여성, 노동, 환경, 인권, 청년 등 시민단체들은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공동행동을 이날 출범해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의 진상규명과 2차 가해 대응, 지방자치단체 권력 견제 및 성평등 민주주의 실현 등에 대한 목소리를 높였다. 석달 넘게 수사 기관의 진실 규명은커녕 오히려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이뤄지며 성차별이 계속돼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제도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모인 자리다. 시 국감이 이뤄진 이날은 박 전 시장 피해자 측이 검찰에 성희롱 사건 고소장을 제출한 지 100일째 되는 날이기도 했다. 피해자 측은 지난 7월8일 박 시장을 상대로 성추행 혐의로 검찰에 고소장을 냈다.

기자회견에선 시 공무원이 "문제가 발생한 상황을 보면 시의 오랜 관행과도 연관이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 공무원은 "유독 시장 비서실은 어린 미혼의 여자 공무원들이 계속 배치됐다"며 "비단 비서실이 아니더라도 전년 11월에 여직원의 목을 잡고 식탁에 내려친 관리자 A씨가 직위해제되는 등 고위직의 성인지 인식 부족이 여러 곳에서 목격됐다"고 했다.

박 전 시장 성추행 피해자에 지난 100일은 "너무나 길고 괴로운 시간"이었다.

피해자는 공동행동을 통해 "2차 가해 속에서 다시는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절망감에 괴로워하며 특히 그 진원지가 가까웠던 사람들이라는 사실에 뼈저리게 몸서리치며 열병을 앓기도 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이어 "아직도 문제를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있는 책임과 권한 있는 인사들이 이제라도 자리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러면서 "포기하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서 진실을 규명하고 우리 사회가 정의를 실현하는 모습을 반드시 지켜보고 싶다"는 기대도 드러냈다.

양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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