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경제 3법’ 절실한 만큼 ‘노동개혁’도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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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경제 3법’ 절실한 만큼 ‘노동개혁’도 시급하다”

입력
2020.10.1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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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철의 관찰-최운열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공정 3법’ 경제 장기발전 위해 꼭 필요
여ㆍ야, 진영 넘어 나라 위한 결단 해야
경제 여건 변화 맞춰 ‘노동개혁’도 시급
김종인 노동개혁론에 여당도 힘 보태야
사내유보금 과세 등 기업규제는 무리수
공정과 성장이 함께 가는 균형감각 중요

최운열 전 민주당 의원(오른쪽)이 8일 장인철 논설위원과 '공정경제 3법' 및 '노동개혁' 등에 대해 대담하고 있다. 최 전 의원은 "공정경제 3법은 한국경제의 장기발전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배우한 기자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보수 같지 않은 보수’라면, 최운열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진보 같지 않은 진보’로 비칠 만한 인물이다. 당 소속만으로 보수와 진보를 가르고, 보수는 친(親)재벌, 진보는 친노조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직된 진영논리의 틀에서 본다면 그렇다.

김 위원장은 세칭 보수 야당을 이끌고 있지만, 진보 여당이 재벌개혁 차원에서 밀어붙이고 있는 ‘공정경제 3법’을 지지하고 나서 파란을 일으켰다. 마찬가지로 지난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선거관리위원장을 역임했을 정도로 여당 내 핵심 정책가인 최 전 의원은 최근 김 위원장의 제안에 호응하듯 양대 노조가 극렬 반대하는 노동개혁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실 최 전 의원은 진작부터 여야를 넘나들며 ‘경제민주화’를 추구해왔던 김 위원장과 마찬가지로, 정치 진영이나 정파를 넘어 나름의 경세론을 구현하는데 더 큰 가치를 두고 움직이는 이론가이자 전략가라고 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에 적을 두고 있지만, 때때로 당론과 다른 ‘쓴소리’를 마다 않는 그로부터 이번 국회 최대 관심 입법 사안인 ‘공정 3법’과 ‘노동법’ 제ㆍ개정 문제에 대한 시각과 입장을 들어봤다.

-정부ㆍ여당은 ‘공정경제 3법’이라지만, 경제계는 ‘기업 옥죄기 3법’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불황에 코로나 사태까지 덮쳤는데 당정이 이번 국회에 3법을 반드시 처리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3법이 현 정부에서 갑자기 나온 게 아니다. 상법 개정안만 해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선거공약으로 경제민주화 내세우고 당선된 뒤, 당시 법무부가 오히려 지금보다 더 센 법안 냈었다. 공정거래법 개정안도 지난 8년간 끝없이 발의된 사안이다. 그걸 박 전 대통령이 어느 날 5대 재벌회장들과 만찬하고 나서 포기한 것이다. 경제민주화 포기하고 정경유착 하다가 최순실 사태가 터진 셈이다. 요컨대 3법은 여야나 진영을 떠나 시대정신을 담은 법안이라는 얘기다. 8년 전(박근혜 정부 때)에도 재계는 어려운 상황을 들어 반대했고, 지금도 어렵다고 한다. 재계로서는 코로나 사태가 끝나도 어렵다고 할 것이다. 김종인 비대위원장께서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 하실 때 상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하신 분이다. 지난 번에 김 위원장 만나 하늘의 뜻이 있어 대표님이 야당에 위원장으로 간 것 같습니다, 그랬다. 지금 김 위원장이 지지하고 나서니, 여야 간에도 3법은 처리해야겠다는 공감대가 많이 넓혀졌다. 나는 이번 기회가 아니면 우리나라에서 3법 제ㆍ개정 추진이 앞으로도 매우 어려울 거라 본다.”

-3법 제ㆍ개정이 그토록 절실한 건가.

“나는 ‘기업 없으면 근로도 없다’는 칼럼까지 쓸 정도로 친(親)기업인 사람이다. 그런 입장에서 나는 이게 기업을 옥죄는 법이 아니고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시켜주는 장치라고 얘기한다. 또 차제에 기업 대주주의 전횡을 최소화할 제도를 정비하지 않으면 우리나라의 장기적 성장을 기약하기도 어렵다고 본다. 현행 상법과 공정거래법은 기업 대주주, 즉 재벌 오너의 전횡과 비리를 방조하는 수준이다. 상법은 대주주가 이사들은 물론, 감사까지 제 사람을 뽑도록 보장하고 있다. 감사 분리선임제는 최소 제동장치를 마련하자는 거다. 공정거래법은 불공정행위를 고발할 수 있는 게 오직 공정위 밖에 안 되게 돼있다. 그러니 공정위와 기업의 유착이라는 고질병이 생기고 했던 거다. 하지만 이젠 오너 전횡이나 정경유착을 더 이상 국민이 용납하지 않고, 용납할 수도 없는 시기가 된 것이다.”

-재계가 우려하는 상법 개정안의 ‘감사 분리선임제’나 ‘3%룰’ 문제에 대해서는 신중히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미 해외 헤지펀드들이 삼성과 현대, SK그룹 경영에 공세적으로 간여하며 막대한 단기 투자차익을 챙겼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재계의 우려를 어떻게 보는가.

“타이거펀드나 소버린펀드 등이 단기 투자차익을 노려 우리 대기업을 공격한 건 맞다. 하지만 해외 투기펀드의 공격이 가능했던 건 경영권 승계과정 등에서 우리 기업 경영에 허점과 부조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3법이 그런 허점이 생길 여지를 없애면 그런 공격을 더 이상 못한다. 예컨대 감사 분리선임제 해서 오너로부터 조금 독립적인 감사가 선임되고, 감사가 눈 부릅뜨고 있으면 경영을 원칙대로 잘 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 물론, ‘3%룰’에 대해선 재계 건의를 좀 수용해 한 5%로 확대한다든지 하고, 다중대표소송제도 소송권자 주식 보유비율과 보유기간 등을 좀 강화한다든지 해서 점진적으로 갈 필요가 있다고 본다. 현실적으로 보완하되, 차제에 제도적 정비를 하는 게 옳다고 본다.”

-3법 말고도 비즈니스 규제법이 더 있다. 세법개정안의 ‘개인유사법인 사내유보금 과세제도’는 과세부담을 피하려 국내 기업자산이 해외로 이탈하는 부작용이 클 것으로 보이고, 징벌적 과징금제도도 경영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보약이라면서 산삼 녹용 웅담 한꺼번에 다 쓰는 건 무리라는 얘기가 나온다.

“개인유사법인 사내유보금 과세, 그 부분은 나도 상당히 문제가 많다고 느낀다. 과세 회피를 잡자는 취지 같은데, 어쨌든 기업이기 때문에 순이익이 나면 그걸 배당으로 할 거냐 사내유보로 할 거냐는 기업 고유의 재무전략이다. 거기까지 공권력이 개입하는 건 맞지 않다. 또 사내유보라는 게 다 현금이 아니다. 실현된 이익도 아니다. 조세 원칙에도 안 맞는 부분이 있다. 이런 식이면 기업도 과세 피해 해외로 나간다. 또 내가 주52시간제에 책임이 있는 사람인데, 당초 근로시간을 줄인 만큼 신규고용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불황에 4차 산업혁명에 코로나로 신규고용에 대한 가정이 어긋났다. 결과적으로 무리가 됐다. 최저임금 인상도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 지급여력을 신중히 감안하지 못한 점이 분명히 있다. 한 번 바꾼 거니까 그대로 밀고 가야 된다는 건 옳지 않다.”

-김종인 위원장이 3법 지지 입장을 밝힌 뒤 노동개혁도 함께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시중엔 김 위원장에게 그 부분을 제안하셨다는 얘기도 있는데, 두 분이 공감대를 형성해 가며 소신 있게 변화를 추동 하시는 게 묘하다는 반응도 꽤 있다.

“김 위원장이 과거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 하실 때 내가 경제민주화 TF 팀장을 맡아 모셨다. ‘경국지모’라고 내가 20대 국회 때부터 해왔던 민주당 의원들 경제 공부모임이 있다. 21대 등록의원이 100명이 넘는데, 지난 7월에 내가 ‘경제활성화를 위한 입법과제’라는 제목으로 특강했다. 거기에서 3법 얘기도 하고, 한국경제 살아나려면 노동개혁도 해야 한다는 얘기를 다 했다. 그 후 김 위원장이 전화해서 국민의힘 연찬회를 하는데 거기 와서 경제특강을 하라고 하셨다.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못하게 됐고, 입법과제 자료만 드렸는데, 거기에 그런 내용이 다 있었던 거다. 또 일주일에 한 번은 뵈니까 그런 저런 말씀도 드렸다.”

-3법 제ㆍ개정과 노동법 개정이 연계처리 돼야 한다고 보시는가.

“그건 어려울 거다. 노동개혁이라고는 하지만, 김 위원장이나 내가 생각하는 노동개혁과 국민의힘 의원들이나 재계가 생각하는 방향이 다를 수 있다. 일단 국민의힘 내에서 노동개혁 방향에 대해 당론을 정하는 게 우선일 것 같다."

-생각하시는 노동개혁 방향을 말씀해 달라.

“우선 우리 근로자가 2,000만 명 가까이 된다. 그 중 양대 노총에 가입된 근로자는 전체 근로자의 10%인 200만 명 남짓인데, 양대 노총 근로자들의 권익은 지나칠 정도로 보호되고 강하다. 반대로 나머지 비정규직이나 다른 근로자 1,800만 명의 근로여건은 너무나 열악하다. 지금 대기업 정규직 임금을 100이라 치면, 대기업 비정규직이 한 60정도 된다. 반면 중소기업 정규직은 49이고, 중소기업 비정규직은 36이다. 2,000만 명 전체 근로자의 권익이 신장돼야 하는 것 아닌가. 앞으로 노동이 이렇게 갈 수 있겠나, 나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노동개혁 한다면 이런 격차가 없도록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또 하나, 근로자가 되려면 일자리가 있어야 하고, 일자리가 있으려면 기업이 존재해야 한다. 그러자면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 제일 좋은 건 고용도 안정되고 보상도 많이 주는 건데, 제약 조건에서 경영하는 기업으로서는 그럴 수 없다. 그럼 사람 안 자르고 기업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사람 안 자른 만큼 임금을 나눠가질 수 있어야 한다. 그게 가능한 방향으로 노동개혁이 필요하다. 또 앞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엔 비정규직이 많아진다. 고용 유연화 하되, 노동의 질과 고용 리스크 등을 감안해 비정규직도 정규직보다 많은 임금 받을 수 있는 동일노동 공정임금 체제가 돼야 한다.”

-노동개혁도 노동법 조항 몇 개 바꾸는 정도로는 안 될 것 같다.

“3법이나 노동개혁이나 단숨에 밀린 숙제 해치우는 식은 어려울 것 같다. 3법도 일단 처리할 수 있는 현실적인 가능태를 만들고, 단계적으로 최종 목적지까지 가면 된다. 노동개혁도 그렇다. 어떤 건 노총이 반대하고, 어떤 건 재계가 저항할 것이다. 몰아치기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장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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