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400여개 업체 참가" 호언장담
코로나 때문?... 실내 박람회는 예정대로
흥행 참패 우려에 의도적 무산 가능성
"전 세계 400여개 업체가 참가를 확정했다. 일정 변경은 없다."
지난 3월 말 중국 '국제항공우주박람회'(주하이 에어쇼) 주최 측은 이렇게 공언했다. 11월 10일로 예정된 행사를 강행하겠다는 의미였다. 당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각국이 줄줄이 에어쇼를 취소할 때다. 이후 안팎의 우려가 잇따랐지만, 중국은 최근까지도 관영매체를 통해 "계획대로 치러질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주최측은 13일 돌연 "행사를 연기한다"고 밝혔다.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이다. 중국은 지난달 수도 베이징에서 국제서비스무역교역회(CIFTIS)를 성대하게 치렀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기세등등하던 중국이 체면을 구기면서까지 한 발 물러선 속내는 무엇일까.
코로나 핑계대지만… "초청장도 안 보내"
주최 측은 행사를 연기하면서 "전 세계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지 않아 안전이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주하이 에어쇼는 1996년 이래 격년으로 짝수해 11월에 열린다. 2018년에는 43개국에서 770여개 업체가 참가했다.
하지만 중국은 내달 5일 상하이 수입박람회는 예정대로 진행한다. 지난해 150개국에서 3,000여개 업체가 성황을 이룬 행사다. 지난달 CIFTIS도 110여개국 관계자들이 베이징으로 모여들었다. 더구나 실내 행사인 박람회는 모두 개최하면서 감염 위험을 이유로 야외행사인 에어쇼를 건너뛰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주최측은 11일에도 "에어쇼를 보러 올 때는 선글라스가 필수"라고 분위기를 띄웠다.
이에 중국이 큰소리는 쳤지만 애초부터 주하이 에어쇼를 치를 생각이 없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 외교소식통은 15일 "중국이 최근까지도 관련 정부와 베이징 주재 외교사절에 초청장조차 보내지 않았다"고 전했다. 수개월 전부터 부산스럽던 과거와 달리 행사 무산의 명분만 찾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법하다. 주최 측은 언제까지 연기할지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등 돌린 국제사회… 흥행 참패 불 보듯
중국은 앞서 2월 싱가포르 에어쇼 참가 예정국들 가운데 가장 먼저 '8ㆍ1 특수비행팀'을 보냈다. 당시 코로나19 확산 우려에 한국 블랙이글스를 비롯한 16개국 비행팀이 불참했지만 중국은 오히려 "자신감을 보여줄 때"라며 공연을 강행했다.
이때만 해도 미국 독일 프랑스 영국 스웨덴 등 다수의 서방국가들이 11월 주하이 에어쇼 참가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이후 코로나19 사태의 악화와 '중국 책임론' 논란 등으로 이들 국가와 관계가 틀어졌다. 주하이 에어쇼의 흥행을 보장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게다가 미중 갈등이 전방위로 확산하면서 상당수 기업들이 에어쇼 참가에 부담을 느끼고 입장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에어쇼를 '강군몽' 과시의 장으로 삼으려던 중국은 멋쩍은 처지가 됐다. 올해 행사의 최대 관심사는 중국의 '훙(H)-20' 공개 여부였다. 훙-20은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초음속 장거리 스텔스 전략폭격기로 미 B-2에 대항해 개발한 무기다. 중국은 '3대 핵 전력' 가운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전략핵잠수함(SSBN)과 달리 전략폭격기는 미국에 한참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따라서 핵 전력의 열세를 만회하고 에어쇼를 통해 인민군의 사기를 높이려던 중국의 계획은 틀어진 셈이다. 공교롭게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에어쇼 연기를 발표한 날 광둥성 해병대 기지를 찾아 "전쟁준비에 심혈을 기울이라"고 지시했다. 군심(軍心)을 다독이고 국방력에 대한 중국인의 자신감을 북돋우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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